17대 국회 들어 처음 실시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여대야소 구도속에서 명실상부한 집권여당과 제1야당으로서 현 정국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각각 제시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지속적인 개혁과 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정치.경제 개혁 등 5대 국정과제를 제시했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선진화'를 모든 개혁의 정점으로 삼아 민생경제.사회복지 개혁 등을 촉구했다.

두 대표 모두 경제분야 개혁에 각별한 무게를 뒀다.

천 대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융감독체제의 선진화, 연기금의 적극적 기능과 역할, 중소기업 지원과 지원대책확충 등을 강조했고, 박 대표는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늘어나는 `선순환 경제'라는 개혁방향을 제시하고 과감한 감세정책 및 중소기업 지원책 확충을 요구했다.

그러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선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부문에서 이견이 드러났다.

천 대표는 북핵문제와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으나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북미 양자 대화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고 포괄하는 역동적인 동맹'으로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주한미군 감축이 안보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물론 박 대표도 미래지향적 대북관계를 역설했으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투명한 대북정책을 보다 강조했다.

또한 한미동맹의 균열조짐을 경계, 주한미군 감축 일정과 내용을 재조정하는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이밖에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이슈에 대해선 양당간 관심현안부터 격차를 보였다.

천 대표는 사법.언론 개혁 등 민감한 개혁과제까지 강도높고 신속하게 추진할 뜻을 내비친 반면 박 대표는 삶의 질과 직결된 국민연금, 고령화, 먹거리안전 대책, 교육개혁 등 `민생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천 대표는 `정치부패 추방-고위공직자 윤리 확립-하도급.법조비리 등 민간비리근절'이라는 3단계 반부패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돈세탁방지법 및 부패방지법 추진의사를 밝혔다.

박 대표는 서울대 폐지론 및 대학평준화 등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립대학은 물론 공립고교에 대해서도 자율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교육개혁 부분에 방점을 찍었다.

전반적으로 천 대표는 정치, 경제, 외교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핵심적 문제를 지목한 뒤 곧바로 대책이나 강력한 돌파.개혁 의지를 피력하는 스타일이었고, 박 대표는 경제.안보 위기상황을 하나하나 꼬집어 가며 사안별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대표는 연설에서 정치권의 민감한 쟁점이나 현안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피했다.

천 대표는 당정간 이견을 보여온 이라크 추가파병,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기소권 부여 문제와 행정수도 이전문제 등을 비켜갔고, 박 대표도 행정수도 이전문제만 `가볍게' 터치하는 데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