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일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개혁의지를 높이 사면서도 안일한 현실인식과 백화점식 공약 나열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엔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특히 천 원내대표가 남북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여야 지도부 공동 방북'을 제안한 데 대해 초당적 협력 방침 약속을 상기시키면서도 여권의 대북정책 주도권 독점 가능성에 경계심을 보였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천 대표가 제안한 여야 지도부 방북에 대해 "지난달 여야대표 회담에서 남북문제는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발전특위'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특위에서 협의, 공감대와 투명성을 확보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한나라당이 17대 총선이후 `유연한 대북관'을 드러내며 변신을 모색하고있으나 천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대북정책 주도권 선점 및 독점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방북 문제를 제외한 `지속적 개혁과 성장을 위한 5대 국정과제' 제시 등 천 대표의 연설 내용 전반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어, 천 대표의 개혁의지와 비전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경제 위기 인식과 외교.안보 시스템 붕괴에 따른 해법 제시가 미흡하다는지적이 나왔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김선일씨 참사사건으로 국정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난 상태에서 천 대표의 연설은 나름대로 국가를 생각하는 충정이 담겨져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백화점식 공약 나열에 그쳐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엔 역부족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조금도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 정책이 얼마나 무리하고 비현실적이란 것을 천 대표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공성진(孔星鎭) 제1정책조정위원장도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개혁방향과 대체로일맥상통한다"면서도 "경제 전반을 아직도 위기상황으로 보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말했다.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한 현 정부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통일.외교.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