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를 넘어선 한국영화 점유율,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의 '초대박', 베를린과 칸영화제, 안시페스티벌에서의 낭보, 그리고 다양한 장르 영화의 등장. 2004년 상반기 한국 영화는 국내와 국외에서, 그리고 흥행과 비평면에서 공히맹활약을 펼쳤다. 해외 수출은 상반기에만 3천7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년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으며 굵직굵직한 해외 영화제에서는 한국 작품의 수상 소식이 빠짐없이 들려왔다. 하지만, 관객 1천만 명 시대라는 '빛'은 그만큼의 그늘을 만들어냈다. 국내나해외의 '작은 영화'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국내 저예산 영화는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제3국의 작품들은예전보다 더 관객을 만날 기회를 갖기 힘들어졌다. 한편 제한상영관의 탄생으로 제한상영가 등급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수입추천제폐지에 대한 여론은 또다시 영상물등급위원회 개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뜨거운 감자'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도 문화관광부의 축소 방침이 발표되면서 지난 몇 년 사이 가장 치열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관객 1천만 명 시대 =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잇따라 1천만 명을 돌파하며 1월1일~6월20일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64%를(CGV 집계) 기록했다. '파이'가 커진 만큼 영화인의 기대가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 투자 환경이나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감은 어느 때보다도 좋아지고 있다. 한국 영화 점유율의 급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할리우드 영화라기보다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나 유럽, 남미 등 제3국의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맥스무비의 조사 결과 1~5월 미국과 한국 영화를 제외한 나라 영화의 점유율은 1.5%에그쳤다. '실미도'와 '태극기…' 이후의 한국 영화계에 보이는 긍정적인 모습은 전국 관객수 200만명 전후의 영화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 신부'(315만 명), '말죽거리 잔혹사'(310만 명), '범죄의 재구성'(215만 명), '내 여자친구를소개합니다'(230만 명, 현재 개봉중), '아라한 장풍대작전'(205만 명), '효자동이발사'(204만 명), '목포는 항구다'(180만 명), '내사랑 싸가지'(152만 명) 등 이른바'중박' 영화들은 두터운 허리층을 형성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논란 재점화 = '당분간 현행 유지'라는 지난해 말 대통령의 발언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쿼터제 논란은 최근 문화관광부가 축소 방침을 공식으로 밝히며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축소에 대해 문화부가 제시한 원칙은 △한국영화산업의 위축 신호가 나타날 때다시 쿼터제를 회복하는 연동제를 도입한다 △세제 및 재정 등 종합적인 지원방안을마련한다 △스크린쿼터 축소조정 및 변화는 우리 영화산업을 위한 주체적 정책판단에 따라 논의한다 등의 세 가지.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지난 22일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문화관광부의 논리가상호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영화계는 상황에 따라 대규모거리 집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하반기에도 쿼터제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제한상영관 탄생과 영등위 수입추천제 논란 = 성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상영관이 지난달 14일 처음으로 문을 열며 그동안 "제한상영관 없는 제한상영가 등급"이라는 아이러니는 일단 사라졌다. 하지만 영업 시작 한 달을 넘긴 현재까지 제한상영관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극장은 다섯 곳뿐. 문제는 까다로운 설치 규정 외에도 수입추천제라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지난달 영등위는 이들 제한상영관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던 영화 '지옥의 체험'에 대해 수입추천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영화인들의 반발은 "엄연히 등급분류 절차가 있음에도 영등위가 모호한 규정을 무기로 수입 자체를 막거나 자진삭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 수입추천제 논란은 매년 '바람 잘 날' 없던 영등위에대한 개혁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고 있다. ▲해외에서 높아지는 한국 영화 위상 =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를린과 베니스, 칸영화제 중 올해 이미 개최된 축제는 베를린과 칸영화제. 한국 영화는 두 곳에서 모두 주요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마리아'(김기덕)와 '올드보이'(박찬욱)는 각각 베를린 감독상과 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축제 안시 페스티벌이 발표한 대상도 한국 작품 '오세암'(성백엽)의 차지. 한국 영화는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해외 영화제가 한국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받는 자리라면 영화 마켓은 한국 영화의 흥행성을 인정받는 자리. 최근 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 수출 계약 총액은 3천700만 달러로 전년도 총액을 이미 넘어섰고 한국 영화는 어느 때보다 세계 영화계에서 높은 위치에서 날고 있다. ▲실화 소재 영화 제작 붐 = '실미도'와 '태극기…' 등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영화가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충무로는 실존 인물과 과거의 역사에 눈을 돌리고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와 후반기 전체를 감도는 가장 뚜렷한 제작 경향. 안중근 의사(도마 안중근), 극진 가라테의 고수 최영의(바람의 파이터), 프로레슬러 역도산(역도산), 화가 김홍도(기운생동), 혁명가 김산(아리랑) 등 관객에게 친숙한 인물에서부터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청연), 원년 프로야구의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슈퍼스타 감사용) 등 새롭게 발굴된 사람까지 다양한 인물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