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청와대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갈등은 왜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것인가. 당사자들은 당.청간 수평적 리더십으로 불리는 새로운 정치 실험의 착근 단계에서 어쩔수 없이 불거져 나온 진통일뿐이라며 `갈등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를 계파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해석하는 관측이 많다. `천.신.정'으로 대변되는 당권파와 문희상(文喜相).유인태(柳寅泰) 의원 등의친노파간 밀고 당기는 역학관계가 한축에 있고,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의 입각거취 문제도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 당권파-친노 = 6.5 재.보선 참패이후 우리당내에서 `조기전대론'이 제기됐을당시 유시민(柳時敏) 의원 등 일부 친노계열 인사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현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했다. 신기남(辛基南) 당 의장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두차례에 걸쳐 `주례회동'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면서 이같은 관측은 더욱 힘을 얻었다. 물론 문 의원은 "조기전대론의 불을 끈 것은 나였다"며 "당시 청와대 출신 등 20여명과 회동을 갖고 현 지도부는 그대로 가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역시 "현 지도부가 노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대해대통령이 답답해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당권파는 청와대가 당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들이 많다. 신 의장의한 측근은 "`김혁규 파동' 등을 통해서 청와대쪽이 당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할 수는있지만, 참여정부 성공을 위해 가장 노력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비하시켜서 청와대가 얻을 수 있는 게 뭐냐"고 반문했다. 14일 당이 실질적 상임위 활동 착수를 선언한 뒤 분과위 구성에서 당초 문광,또는 행자위원장 내정이 유력시되던 유인태 의원이 위원장에서 배제된 것도 양측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의원이 `젖떼기' 발언을 하면, 신 의장은 `젖먹으러 가는 것 아니다'고 하고,문 의원은 `내가 보기엔 그렇다'고 주고받는 이들의 간접 대화속에서 양측간 감정의골은 확연히 드러난다. ◇ 김근태 거취 = 김 전 대표가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는 발언에 대해 청와대쪽에서는 "입각하실 분이..."라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통일부 장관을 희망했으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사실상 내정된 그가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면 입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기 위한모종의 승부수가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이미 다 얘기된 사안인데 이제와서 그럴 수 있느냐"며입각 포기설을 일축했지만, "부처에 대한 결론은 아직 안났다"고 말했다. 그는 사석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복지부는 전문분야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때문에 그가 노 대통령에게 우회적인 메시지를 통해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면 입각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표간 해묵은 구원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후 민주당 분당 과정에 이르기 까지 김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의 애를 여러번 태웠었다. 두 사람은 총선 이후 `포옹'을 나누며 `마음의 화해'를 나눴다고 했지만, 김 전대표측은 이번 입각설 와중에서 노 대통령의 `진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 소장파 반응 = "토론하려면 계급장 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요샌 하룻강아지가 많아서 그런지 겁이 없다"(이은영 의원) 소장파들은 대부분 김 전 대표나 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의 `분양원가 공개 반대'입장에 반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 많다.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총선 공약이 실현성 있는지, 더 좋은 대안이 있는지 논의를 해서 결정해야지 대통령 한마디에 당이 좌지우지될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김근태 말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친노계열의 초선의원은 "당 지도부가 서투르게 대응하는 것 같다. 잠잠해지는 갈등설을 또 다시 부추긴 것 아니냐"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