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10일 `불량 만두소'를 공급받아 만두를 만들어온 업체들의 명단을 전격 공개한 데 이어 일부 라면과 이유식도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식품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불량만두'를 납품받아 판매한 업체중에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까지 포함된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들은 행복한 삶의 가장 기본조건인 먹거리의 안전에 구멍이 뚫린 데 대해분노를 금치 못하면서 당국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기업까지 연루 `충격' = 식약청은 이날 발표한 명단에는 고향냉동식품, ㈜삼립식품, 천일식품제조, 도투락물산㈜, 샤니, 제일냉동식품 등 비교적 이름이 많이알려진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제일냉동식품은 CJ의 자회사인 모닝웰의 바뀌기 전 이름으로, 국내 유수의대기업인 CJ가 불량 만두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 CJ는 불량 만두 사건이 처음 발표됐던 지난 6일에만 해도 자사와 이를 납품한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해명만을 거듭하다가 식약청 조사 결과 CJ가연루된 것이 확실해지자 뒤늦게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밖에 ㈜삼립식품, 고향냉동식품, 천일식품제조, 도투락물산㈜, 샤니 등 일반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회사들도 불량만두를 판매했던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김민자(35.가정주부.서울 상계동)씨는 "평소 아이들 간식으로 냉동만두를 사다먹이곤 했는데 그동안 먹었던 만두가 `쓰레기'로 만든 것이었다니 분노를 금할 수가없다"면서 "식품사범은 법정최고형량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업체 `당혹'-`반발' = 명단이 확인된 업체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못했으나 일부 업체는 혐의를 부인하며 강력 반발했다.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불량재료로 만두를 만든 것으로 발표된 기린식품은 "문제가 된 제품은 야채호빵이며 현재 유통되고 있지는 않지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식품관리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원 F&B는 "명단에 오른 동일냉동식품은 지난 2002년 12월에 인수한 냉동전문회사"라며 "사건 자체가 인수하기 전인 지난 99년 발생한 일이어서 구체적인 상황을파악하기 힘든 상태"라고 해명했다. 지난 2002년 이전에 불량 무말랭이를 공급받아 사용한 것으로 발표된 샤니는 "지난 99년 11월 자체 검사 결과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거래를 중단했다"면서 "최근까지 불량단무지를 사용한 업체들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억울하다"고주장했다. 샤니와 함께 명단에 들어간 취영루 역시 "지난 2001년 직원용 반찬으로 6차례에걸쳐 90여만원어치를 사들였을 뿐 만두에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식약청발표에 강력 반발했다. 취영루는 특히 이날 일부 일간지에 '취영루 만두에서 단무지나 무 성분이 나오면 즉시 회사문을 닫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싣기도 했다. ◆유통업체 비상-식품대란 우려 = 불량만두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유명 백화점과 할인점 등에서는 일제히 만두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신세계백화점, 할인점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지난 9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만두전 제품을 철수시켰으며 롯데백화점도 만두 전 제품을 매장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이마트에서는 이번 사태가 터진 뒤 만두 판매량이 평소의 10분의 1로 떨어졌다. 냉동치킨, 냉동돈가스 등 불량 만두와는 무관한 다른 냉동식품까지 매출이 급감하는 등 불량만두 파문의 유탄이 다른 식품에까지 번지고 있다. LG25 패스트푸드팀 우제혁 과장은 "만두 쇼크로 인해 손님들이 냉장고를 멀리하면서 냉동식품까지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에서는 10일 일부 유명회사 라면 스프와 이유식에도 유통기한이지난 중국산 김치와 중국산 농산물이 사용돼 왔다는 수사결과를 발표, 먹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불량만두 파문에서 비롯된 심각한 먹거리 불신심리가 오히려식품 전체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없는 제품까지 판매를 중단하면 소비자 불안만 키울 뿐아니라 품질에 문제가 없는 식품들까지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대책 =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식품위생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허술한 식품위생관리가 불량만두 파문과 같은 사건을 유발시켰다고 지적했다. 박인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식생활에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웰빙 열풍'이 불고 있지만 국내 식품위생관리는 현재 `농장에서 식탁까지' 제조.유통.소비의 전 단계가 문제점 투성이"라고 꼬집었다. 식품위생법 24조에는 `영업허가 취소나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고 6개월 이상 경과하지 않으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종류의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돼있다. 다시 말해 지금껏 영업허가 취소나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고도 6개월만 경과하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종류의 영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부랴부랴 발표된 보건복지부 대책에서 영업허가 취소 기간이 3년으로늘어났지만 인체에 극히 유해하거나 중대한 사안에는 `영구 영업허가 취소' 처분을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부실한 식품위생관리 시스템을 더이상 방치할것이 아니라 식품위생사범이 이 땅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강력한 처벌조항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3번 영업정지를 당하면 아예 해당 업종에서 방출되는 `삼진아웃제'나 집단소송제 등이 하루빨리 도입돼야 제2의 쓰레기 단무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