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투자자 김모씨(38)는 주가지수선물의 시스템매매로 매달 3~5%의 짭짭한 수익을 올리다가 지난 4월말~5월초 주가폭락시 원금의 절반을 날리고 말았다. 김씨는 이를 만회하려다 5월중순 "깡통" 직전까지 갔다. 요즘 김씨는 급전을 보태 1만~2만원짜리 옵션을 투자하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개인의 투기적 선물거래가 전체 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개인들의 슬픈 사연은 끊이지 않는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사장은 "초보자들의 80∼90%는 6개월 또는 1년만에 빈털터리로 전락하게 된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개인들이 선물의 투기적 속성에 현혹된 측면도 있지만 현물시장의 잦은 변동성에 싫증과 실망을 느낀 탓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가들의 튼튼한 매수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한탕을 노린 개인의 무모한 선물베팅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선물 거래대금이 현물의 9배 현물시장이 대내외 악재의 영향으로 조정국면을 지속하자 선물거래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4월 하루 평균 11조1천억원이었던 선물거래대금은 5월들어 하루평균 15조5천억원으로 급증했다. 40% 정도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10일의 하루 선물 거래대금은 무려 20조6천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선물거래대금이 급증하는 것은 현물시장을 이탈한 개인들이 선물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동성을 의식한 개인들의 잦은 매매도 거래대금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다. 때문에 선물시세가 하루에도 수십번 급변동,주가변동폭을 확대하는 등 현물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기력한 기관이 투기장 부추겨 고유가,미국의 금리인상,중국긴축 등 3대 악재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되고 있지만 증시 변동성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 것은 선물시세가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매매가 확대돼 현물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까지는 몇몇 투기적 외국계 펀드가 선물시장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그 바톤을 선물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큰손들이 이어받고 있다. 이처럼 선물시세가 몇몇 소수 집단에 좌우되고 있는 것은 국내 기관의 선물시장 참여 비중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의 선물시장 비중은 24%로 개인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의 주식비중이 줄어들자 자연히 선물헤지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기관들은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매매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기관들의 주식비중이 늘어나면 선물시장 수요가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면서 "기관투자가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