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부가 19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상시위탁집배원 등 3만명 가량을 공무원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자 향후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로 `불똥'이 튀지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통해풀어야 한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으며 지금도 이런 방침에는 변화가 없는만큼 정부의 이번 발표가 민간부문에 그대로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시말해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와 정규직 직원의 과도한 임금상승으로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확대할 수 밖에 없었던 만큼 인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처우개선은 기업의 부담만 늘릴 것이며 결국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인력 채용을 줄여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정규직의 과보호 장치가 어느정도 해소돼 노동유연성이 커지고 비정규직처우개선에 따른 기업부담을 정부가 충분히 덜어준다면 비정규직 문제는 상당부분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단체 = 전경련 관계자는 "공공부문이야 정규직 전환이나 처우개선에 드는비용을 세금으로 처리하면 되지만 기업들은 무슨 돈으로 그 많은 부담을 지겠느냐"면서 "경제논리에 반하는 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도 "이번에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정부부문 비정규직은 어느정도 보호해야 할 타당성이 있는 경우"라며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민간부문비정규직 문제에 영향을 끼쳐 노동계가 지나친 기대감을 갖고 경영계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총 관계자도 "일단 정부 나름대로의 판단에 의한 조치로 해석되지만세금으로 운영되지 않은 민간 기업에게는 정규직화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및 노동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하는 대책이 나와 아쉽다"면서 "정부부문에서의 이같은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요그룹 = 각 그룹에서는 정부 발표가 향후 민간부문에 가져올 파장을 걱정하면서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향후 대책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기업부담에 엄청난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경제논리로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공업이나 건설 등은 공사가 많으면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수 밖에 없고 나머지 제조업체들도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써야하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만큼 민간기업에게 적지않은 `압력'이 될것이라며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를 놓고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것에 대비, 아웃소싱 확대 등을 통해 현재 1만명(보험설계사 포함할 경우 5만5천여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수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역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이후 우려속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LG그룹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현실적으로 인건비의 대폭 상승 등어려가지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근로자의 지속적인 처우 개선과국가적 차원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측은 이와관련, "계열사별로 우수 계약직 사원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을 모색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 기업수익과 총인건비의 균형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공공부문과 사기업은 사정이 좀 다르지 않느냐"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SK그룹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중 일부를 정규직화하는 등 자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적잖은 관심을 기울여왔다"면서 "당장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한 다양한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정유사인 SK㈜ 관계자는 "전체 직원 4천810명중 비정규직이 약 5% 가량인 256명"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 대세인 만큼 조만간 이와관련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조선 =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인력이 많은 자동차나 조선업계의 우려의정도는 더하다. 자동차업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화가 민간 부문에도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으로보고 매우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현대차.기아차.GM대우차.쌍용차 등 완성차 4사 노조는 공동요구안으로 사회공헌 기금 조성과 함께 비정규직 처우개선도 정해놓은 상태여서 임단협에서도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밖에 없는 자동차업계에서 비정규직 고용이 그나마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생산량을 감축해야 할 경우 인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밖에 없어 생산성이 저하되고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의 경우만 하더라도 정규직은 4만명, 비정규직은 회사 추산 8천명, 노조 추산 1만3천-2만명이며 현재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이정규직의 66% 수준인 만큼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하면 추가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은상태다. 자동차와 함께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대표적 업종인 조선업계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정에 큰 우려를 표명하며 민간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의 경우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2만6천명, 비정규직 1만1천명, 대우조선은 정규직 7천명, 비정규직 7천명, 삼성중공업은 정규직 4천500명, 비정규직 7천명 가량이다.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그나마 비정규직이 국내 고용사정의 경직성을 조금이나마 완화해주는 역할을 해줘왔는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며 "인건비나 처우개선 등 부담 증가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라고우려했다. ◆항공 = 항공업계도 역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발표와 관련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비정규직으로 국내선만 전담하는 기혼 여승무원 150-200명이활동중이고 체크인에서부터 수하물안내, 승객안내 등 공항내에서 이루어지는 전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비정규직이 한몫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 논의가민간부문으로 까지 확대될 경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들마다 비정규직 인력을 쓰는 것은 근본적으로 퇴직금등을 포함해 토털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적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비정규직 논의가민간기업에 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경영 측면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말했다. 운항과 정비분야에 비정규직 20명, 예약부서에 파트타임으로 54명의 비정규직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측도 "회사차원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이나 입장정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민간부문에서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