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노조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재차 촉구,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의 경영 참여와 임금인상, 심야 근무 폐지 등 개별 사업장별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동요구안에 대한 목소리마저 갈수록 커지자 업계에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 노조는 차업계가 대화를 거부할 경우 다음달말 대대적인 집중공동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어서 올 차업계 임단협은 `산너머 산'을 예고하고 있으며노동계와 재계의 `대리전' 양상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회공헌 기금 공론화 '총공세' = 현대차, 기아차, GM대우차, 쌍용차 등 완성차 4개 노조는 1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사회공헌기금 조성에 관한 노사간 논의 본격화를 촉구했다. 지난 3월 말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제안한 뒤 수차례에 걸쳐 노사간담회 개최를 제안했지만 사측이 논의자체를 피해왔다며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 4개 노조는 지난 3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및 자동차 산업 발전 등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순이익의 5%) 조성 ▲사내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정규직의 80% 보장) ▲자동차 산업의 고용과 발전을 위한 노사공동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자동차산업은 고용 비중과 산업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무가 무거운 만큼 자동차회사들이 기업 이익을 종업원과 주주, 재투자로 분배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동차업계가 순이익의 5%를 기금으로 조성할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1년치 적립금액은 1천781억원에 달한다. 이들 노조는 논의 본격화를 위해 노사공동기구를 설치, 개별 차업계 노조의 상위단체인 금속연맹과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간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입장이다. 완성차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노사공동 논의도 제안했다. 노조측은 정부와 재계가 대화제안을 거부할 경우 임단협을 앞둔 금속연맹차원의6월 대중투쟁을 이어가며 투쟁수위를 결정, 공동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와 별개로 개별 노조별로 해당 사업장의 안건에 대해서도 총력 투쟁을 통해요구사항을 관철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올 노사교섭에서는 현대차의 경우 주40일제 시행 방식과 심야근무제 폐지를 통한 주간 2교대 근무 도입, 순이익의 300% 성과금 지급 등이, 기아차와 쌍용차에서는노조의 경영 참여 문제가, 대우차의 경우 대우인천차(옛 대우차 부평공장) 조기인수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완성차 노조는 `각개전투'와 `공동투쟁'을 병행, 대대적인 `세몰이'로 사측을압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차업계, `곤혹'..산별 노조화 우려 제기 = 각 사업장별 개별 쟁점도 산적해있는 만큼 노조의 공동요구안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어 차업계는 적지않게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내외적 불안요인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개별 기업간 사정이각기 다른 가운데 노조가 사회공헌기금 설립을 요구하는 것은 투자의욕 저하 및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차업계는 사회공헌 기금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기구설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한.일 FTA 체결이나 내수부진 침체 등 노.사간 갈등우려가 없는 공동현안에 대한 노사 협력 및 논의는 반길 만한 일이지만, 사회공헌기금 설립이나 비정규직 문제등 이견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전체 업계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노조측의 주장대로 금속연맹과 KAMA가 노사 양측의 협상 파트너로 논의를 해나갈 경우 사실상 `산별노조'의 성격을 띠기 쉬워 차업계로서는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나 노조의 이번 공동요구안은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 안건에도 포함돼 있는것이어서 차업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완성차 노조의 공동요구안을 풀어나가야 하는숙제를 안고 있다. KAMA는 최근 `산업 차원의 노사간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금속연맹에 전달했으나 금속연맹이 재검토를 촉구하자 각 완성차업체에 공문을 보내 대응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 "개별 노조의 요구안에 더해 차업계 노조 전체의 공동요구안까지겹쳐 올 임단협은 어느때보다 진통이 예상된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점 모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