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4일 헌재의 탄핵안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함에 따라 `정신적 여당'을 표방해온 열린우리당은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체제 정비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국정2기 구상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고 `여대야소'로의 정국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이에 걸맞은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과 과감한 자기개혁이 절실하다는 게 당.청의 중론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대선 이후 소신으로 지켜온 당.정분리 원칙을 견지할 것으로예상되지만, 과거와는 다른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걸쳐 강력하고도 조용한개혁을 추진할 것이란 점에서 우리당은 청와대의 협력적 동반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총선선대위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국정운영에 관한 큰 방향 및 원칙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당과 대화를하겠다"고 `수석당원'으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정동영(鄭東泳) 의장도 28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례 주례회동 등 당.청간상설 협의채널을 가동, 각종 개혁 일정과 방향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협의 채널을 통해 지금보다더욱 긴밀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우리당의 시스템 정비는 노 대통령의 입당선언 시기, 그리고 6.5 지방 재보선과 17대 국회개원 등 정치일정을 감안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폭은 전면적인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재홍(金在洪) 당선자는 "집권 2기가 출범하는 만큼 당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오는 22일 새정치실천위원회(위원장 신기남)로부터 개정 당헌.당규 시안을 제출받아 당내 여론수렴을 거쳐 총선 후 첫 당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 새 총리 지명후 이뤄질 첫 당직개편은 차기 대권 레이스전까지의 여권내 역학관계를 상당 부분 반영할 것이란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이어떤 식으로 투영될지 관심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입당 시기와 관련, 당내에서는 개원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달 말 2차 당선자 워크숍 이전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수석당원 입당에따른 시스템 개편이 급류를 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의 거취가 다소 유동적이고 정 의장의 사퇴시 새 지도부 구성및선출 방안에 대해 `천.신.정'으로 상징되는 당권파와 김원기(金元基) 김근태(金槿泰)의원이 이끄는 중진 및 재야파간에 의견이 맞서 있어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지도체제 선출과 관련,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은 "기간당원에 의한 의장직선제가 이상적"이라는 입장인 반면 비당권파는 차기 대권구도 가시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관리형 의장을 선호하고 있다. 차기 지도체제가 관리형으로 간다면 정치색이 엷은 한명숙(韓明淑) 당선자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직자는 "원내대표 경선으로 인해 당이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확연히 갈라지고 중간에서 완충지대나 조정역할을 하는 세력이 없어졌다"며 "이대로 가면 대통령이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원칙을 제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