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개월여 동안의 공백을딛고 직무에 복귀, 국정2기에 착수한 가운데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실현해낼 수있을지 주목된다.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차지한데 이어 헌법재판소가 14일 탄핵소추안을 기각함으로써 총선 민의에 대한 법률적 확인 절차가 이뤄진 셈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집권 1년여만에 `진정한 의미의 새 임기'를 시작할 수있는 기반을 확보했고, 여권은 당(黨).정(政).청(靑)의 긴밀한 조율 속에서 정국을주도해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노 대통령이 `조용한 복귀'를 언급하고, 여권이 당.정.청 고위 인사들이 참여하는 고위 당정회의의 부활을 추진키로 한 것과 동시에 각종 개혁입법을 치밀한 `로드맵'에 따라 추진해나가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시스템에 의해 정국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총선민의는 열린우리당에 152석으로 몰아준 것과 함께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121석의 견제력을 부여해준 것이므로 일방통행식 정국 운영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국정을 희망한 것으로 풀이돼야 한다. 지난 3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만나 `상생의 정치' 실현을 `대표협약'에 명문화한 것은 여야가 17대 국회에서 소모적 정쟁을 피하고 국가 공통의 과제에 대해 건설적인 정치를 펴나갈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제발 싸우지 말라"는 국민 여론과 경기침체, 실업률 상승 등 당장 풀어야할 민생현안이 산적해있다는 점 등은 정치권이 소모적 정쟁에 매달릴 수 없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 역시 첨예한 갈등구조의 중심에 있었던 집권 1기와 달리 `연성(軟性)'기조로 국정을 이끌고 나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초청해 회담을 갖는 등 대화의 정치를 열어가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는 데는 만만찮은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어 여야의자제력과 지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탄핵소추를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의사과 문제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성명을 통해 탄핵주도 세력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고,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역시 "탄핵소추를 주도하고 결정한야당들이 우선 사과를 해야 하고 주도한 사람들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내에서는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 소장파 일부가 사과를 주장하고 있으나, 강경파는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6.5 지방 재.보선에서의 또 한차례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여야간 긴장관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통령 경제특보인 김혁규(金爀珪) 당선자의 총리 기용설을 놓고 한나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17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여야간 신경전이예고돼있고, 추경안 편성 문제 역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