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고건 총리의 사의표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고 총리의 퇴임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관저로 고 총리를 초청,만찬을 함께 했다. 만찬 말미에 고 총리는 "1년3개월 동안 열심히 하느라고 했지만 별로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 참여정부 1기 총리로 스스로 임기를 4·15 총선과 총선 후 새 국회 개원 사이로 생각했다"며 "이제 졸업을 시켜줘야 할 것 같다"고 사의를 밝혔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그 동안 열심히 잘 해오셨다"며 "계속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일단 만류했다. 그러나 고 총리는 "국회에서도 여러차례 총선 관리를 잘하고 물러나는 것이 의무라고 답변했다"며 "대통령이 큰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며 사퇴의사를 돌이키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만들 수 있는 편리한 시기에 졸업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나타낸 뒤 아쉬움과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고 총리를 맞아들이면서 "그 동안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 총리께서 너무 큰 책임을 졌는데 훌륭히 국정운영을 해준 것에 고맙다"고 인사했다. 고 총리는 딕 체니 미 부통령의 방한 때 오간 얘기,최근 6자회담,중국경제,최근 국내경제상황 등 주요현안을 보고형식으로 설명하면서 대화를 풀어나갔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