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이 또 지연될 조짐을보이고 있다. 한국군이 파병지로 이라크 북부 아르빌을 잠정결정했지만 현지 쿠르드족 자치정부와의 세부협의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때문이다. 이 경우 모술에서 아르빌로 한차례 바뀐 파병지가 다시 한번 변경될 가능성도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10일 쿠르드족 자치정부 부총리가 한국군 파병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내왔지만 우리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한국군의 파병을 환영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한국 정부가 기대했던 '아르빌 공항 이용및 공항 인근 주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처럼 미온적인 입장을 밝힌 데는 두가지 이유인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외국군의 파병이 '자치확대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쿠르드족 내부의이견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그동안 이 때문에 외국군 파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나 미국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파병환영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군의 아르빌 공항 이용및 주둔 문제는 지역경제 이익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현재 아르빌공항을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근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아르빌 공항 재보수 사업에 대한 입찰을 추진중이다. 한국군의 공항 이용과 인근 주둔은 공항 재보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군은 아르빌과 쿠웨이트간 거리가 1천100Km 가량 떨어져 있어 병력 및 병참의 육로 수송이 쉽지 않은 만큼 공항 이용 및 인근 주둔이 허용돼야만 파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아르빌 파병 문제는 한국군의 2차 협조단이 현지에 파견돼 협상을 벌인후에야 비로소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내달 파병도 쉽지 않아 보이며 8월에 가서야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내 정치적 지형 변화와 미국.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도 파병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요인으로 꼽힌다. 파병에 애초부터 부정적이었던 민주노동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내에서도파병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