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포로 성학대 파문이 17대국회 개원을 앞둔 국내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라크 정정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국제사회의 여론마저 악화됨에 따라 `파병추진' 입장을 고수해온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전향적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등태도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이미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철회'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열린우리당도 재검토 쪽으로 기울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에선 재야 출신인 이재오(李在五) 의원이 재검토 주장을 꺼냈다. 그는7일 개인 홈페이지에서 "우리 젊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이 한미동맹보다 소홀히 취급될 수는 없다"며 "여당이 재검토안을 내면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과 국제사회 신뢰에 입각, `파병강행론'을 견지해온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든 이 의원의 목소리는 당내 소장.개혁파의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추가파병안 가결 이후 이라크 전황 변화및 한.미협의진행상황 같은 이른바 `기초정보'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면서 파병안 재검토를 요구한다면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병안 재검토를 위한 `사유' 및 국민적 이해가 충분하다면 당연히 국회가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다만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고 "집권당이 먼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만 취하고 있다"고 열린우리당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철저한 현지조사후 파병 규모 및 시기에 대해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개혁그룹 일각에선 파병 철회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재야 출신 그룹을 중심으로 재검토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방위원장인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파병 시점은 이라크 문제가 해결된 뒤에잡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의 다국적군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전환될 경우 파병하면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파병 철회론에 대해 "그런 표현은 국제적 신망만 잃고 모두가 실익이 없는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임종석(任鍾晳) 의원은 "현재 상태라면 사실상 파병이 재검토돼야한다"며 "그러나 좀 더 국제여론과 미국의 후속 조치를 보면서 파병 문제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신중론을 폈다. 임 의원은 "미국이 불리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외교적 선택을 좋은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강영두기자 jahn@yna.co.kr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