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3일 국회에서 대표회담을 갖고 `상생의 정치' 실현을 위한 본격 수순에 착수했다. 특히 여야 대표는 회담에서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여야 대표협약'이라는 합의문을 발표, 일단 지난 4.15 총선을 거치면서 대치해 온 여야간에 화해와 협력에 의한 정국운영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돼 주목된다. 여야가 대표회담에서 발표한 `3대원칙 5대과제'는 과거의 정치문화와 구태정치 청산을 선언하고 새정치 및 민생.경제 중심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는 두 사람이 취임한 이후, 그리고 지난달 실시된 17대 총선후 처음 열리는 공식 회동인 만큼 경제난과 `중국쇼크' 등 안팎의 불안정한 정세에서 정치권에 대한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야간에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 온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대표회담의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해 온 `합의문'이란 용어 대신 `협약'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대표회담 합의 내용의 구속력을 높이려는 의지도 내보였다. 이에 따라 양당 대표는 "17대 국회가 민생국회, 경제회생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면 최대 현안인 `민생우선.경제우선'을 대표협약 `3대원칙'의 첫머리에 올렸다. 이어 `부패정치와의 완전 절연', `원칙과 규칙에 입각한 의회주의 정치구현'을 3원칙에 포함시켰다. 또 양당 대표는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 ▲정경유착.부패정치 근절 ▲일하는국회 구현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발전 앞장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실현 등 `5대과제'도 합의하고 각 과제별 실무추진을 위한 특위구성 등의 실천방안도제시했다. 특히 두 사람은 2시간30여분간 진행된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충분히 내용있는 토론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문제"(정 의장) "회담이 회담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하기로 합의했다"(박 대표)고 말하는 등 실천의지도 다졌다. 그러나 이날 여야 대표가 `대립과 갈등의 구시대적 정치 마감 및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선언하며 협약문까지 발표하고 지속적인 회동방침도 밝혔지만 여야간 이런기류가 언제까지 계속될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이날 회담에 앞서 합의문 초안마련을 위한 양당 막후협상에서도 한나라당이 보수적 색채가 나오도록 할 것을 주장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진보적인 것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면서 다소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 부분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란 문구의 포함여부와 `남북관계기본법과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놓고 양측간 적지않은 이견이 있었다고 양당 관계자가 전했다. 전자의 경우는 `헌법에 명시된'이란 수식어를 포함해 선언적 의미로 협약에 포함시켰으나 남북관계기본법과 국가보안법 부분은 한나라당이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진전되지 못했다. 앞으로 양당간 추가 회담이나 후속 협상이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사항에 직면할 경우 총론에는 합의하고도 각론상 이견 때문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많다는 얘기다. 또 한나라당내에선 벌써부터 6.5 지방 재보선과 관련한 여권의 행보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여야간 화해와 협력분위기는 상황 전개에 따라 언제든 냉각기류로 빠져들 소지도 있다. 특히 박 대표는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의 총리지명설과 관련,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인사가 거론되는 것은 회담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여러차례 지적했다고 한나라당 한선교(韓善敎)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는 여권내의 김혁규(金爀珪) 총리 지명설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여기에 양당 지도부의 재편문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17대 국회에서 원외인사가 되는 열린우리당 정 의장의 경우 입각설의 한가운데에 있고, 한나라당 박 대표도내달 정기전당대회 출마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구태정치를 탈피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그 어느때보다강한 데다 당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만큼 `여야 대표 협약'을휴지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