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3일 국회에서 공식 회동을 갖고 `상생의 정치' 실현을 위한 본격 수순에 착수했다. 특히 여야 대표는 회동에서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여야 대표협약'이라는 합의문을 발표함으로써 일단 지난 4.15 총선을 거치면서 대치해 온 여야간 화해와 협력에 의한 정국운영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가 대표회담에서 발표한 `3대원칙 5대과제'는 과거의 정치문화와 구태정치청산을 선언하고 새정치 및 민생.경제 중심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양당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는 두 사람이 취임한 이후 처음, 또 지난달 실시된 17대 총선후 처음 열리는공식 회동인 만큼 경제난과 `중국쇼크' 등 안팎의 불안정한 정세에서 정치권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야간에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 온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대표회담의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해 온 `합의문'이란 용어 대신 `협약'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대표회담 합의 내용의 구속력을 높이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당 대표는 국내 최대 현안인 `민생우선 경제우선'을 대표회담 원칙의 첫머리에 올렸다. 부패정치와 절연하겠다는 정치개혁, 의회정치 구현 및 그에 입각한 국회운영이라는 원칙이 3원칙에 포함됐다. 박근혜 대표도 회담에 앞서 열린 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을 위한 얘기가 오갈 것"이라며 "국회와 정치개혁을 통해 이들이 제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영춘(金榮春) 의장비서실장은 "수십년동안 파쟁, 당리당략의 정치가 횡행해 왔다"며 "더이상 그런 구태정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데 양당 대표가 인식을 같이 하고 민생기여 정치, 생산적 정치에 몰두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여야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약속하면서 협약문까지 발표했지만 여야간 이런 기류가 언제까지 계속될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이날 회담에 앞서 합의문 초안마련을 위한 열린 양당 막후협상에서도 한나라당이 보수적 색채가 나오도록 할 것을 주장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진보적인 것을포함할 것을 요구하면서 다소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양당간 추가 회담이나 후속 협상이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사항에 직면할경우 총론에는 합의하고도 각론상 이견 때문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많다는 얘기다. 또 한나라당내에선 벌써부터 6.5 지방선거와 관련한 여권의 행보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여야간 화해와 협력분위기는 상황 전개에 따라 언제든 냉각기류로 빠져들소지도 있다. 이날 회담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는 여권내의 김혁규(金爀珪) 총리 지명설을 성토하면서 "상생의 정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배신자가 출세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양당 지도부의 재편문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17대 국회에서 원외인사가 되는 열린우리당 정 의장의 경우 입각설의 한가운데에 있고, 한나라당 박 대표도내달 정기전당대회 출마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여야 모두 구태정치에서의 탈피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그 어느때보다 강한데다 당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만큼 `여야 대표 협약'을 휴지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