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21일 정부의 기업관 등을 놓고 가시섞인 설전을 벌였다. 이 부총리가 인사차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박 대표는 참여정부의 시장경제 원칙 및 불확실한 기업관이 기업 투자를 저해한다고 쏘아붙였고,이 부총리는 정부의 시장경제 원칙은 확고하다고 강변하며 맞섰다. 이 부총리는 "국민은 박 대표의 생활정치로 경제가 제대로 자리잡아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를 듣던 박 대표는 "지난 1년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일자리가 줄고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볼 때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반기업정서 해소를 촉구했다. 이에 이 부총리는 "애는 많이 썼는데 전부터 내려온 신용불량자 문제,가계대출문제 등이 터지면서 애쓰는 것은 감춰지고 문제점만 부각됐다"며 "재경부 국장의 전경련 파견근무 등을 통해 정부 및 기업간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안살아나는 것은 정부의 기업관에 대한 믿음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반기업적으로 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믿음을 줘야 한다"고 이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이번엔 이 부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저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중심의 시장경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이 분명하다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이 시장경제를 확고히 한다는 것을 믿겠다"며 발을 빼자 이강두 정책위의장이 "한나라당이 주5일 근무제 등 민생법안을 앞장서 처리했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여당이 안한게 아니라 숫자가 모자라서 그런 것 아닌가요"라고 일축한 뒤 "정말 덥군요"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대표와 이 정책위의장은 이 부총리와 악수한 뒤 대표실 입구까지 뒤따라 나와 배웅하려 했으나 이 부총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한나라당사를 빠져나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