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8일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의 새 간판으로 당을 이끌어 온 조순형(趙舜衡) 대표와 추미애(秋美愛) 의원이 결국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2002년 대선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당선을 도왔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조 대표와 추 의원은 나란히 지도부에 선출됐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조 대표가 국익을 이유로 이라크 추가 파병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찬성했던 반면, 추 의원은 모두 반대했다. 조 대표가 주도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때에도 추 의원은 서명을 거부하는 등 두 사람은 상이한 캐릭터와 정치스타일을 보여왔다. 두 사람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당내 개혁과 인적청산에 대한 입장차이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대표경선 때부터 추 의원은 전면적인 당내 개혁과 인적 청산을 주장했지만 조대표는 "인위적인 인적청산에 반대한다"며 입장을 달리했다. 올해 초 `호남 물갈이'로 당내 논란이 일었을 때도 추 의원은 소장파의 편에 섰지만 원칙주의자인 조 대표는 "인적청산은 당헌당규에 따라야한다"며 구주류의 손을 들어줬다. 추 의원은 이같은 조 대표의 입장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하는 등 반기를 들었지만, 조 대표는 스스로 대구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소장파들의 반발을 잠재워버렸다. 추 의원은 당시 "조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에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고 정치개혁의 열망을 몸으로 담아내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과연 조 대표를 대구로 보내야 하느냐"며 흐느꼈다. 두 사람의 좋은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추 의원은 조 대표의 대구 출마선언 한 달후 다시 한번 당내 개혁과 인적청산을 요구하며 처음으로 탈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조 대표도 당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 대표는 "추 의원이 자기가 몸담고 있는 당을 격하하는 것은 자학행위이며 자기비하"라며 "총선을 2개월 앞두고 후보단일화 때 얘기를 꺼내는 것은 분열과 분파주의로, 하나가 반이 되고, 반이 4분의 1이 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두 사람의 불화는 조 대표가 "요구를 최대한 수렴할테니 구체적인 사항은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하자"며 추 의원에게 당무복귀를 요청하면서 다시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대표경선때부터 드러난 두사람의 극명한 시각차 때문에 추 의원이 단독선대위원장직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또다시 당 정체성 회복과 개혁공천을 내걸자 당 안팎에서는 조 대표가 추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고, 결국 예상대로 선대위 구성에서 추 의원을 배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극적인 타협을 이룰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의 순간마다 갈등을 봉합한 조 대표가 다시 한번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모든 상임중앙위원이 사퇴하고 조 대표만 남았는데 이제 추 의원을 설득해서 들어오라고 해야 한다"며 "분당부터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 안되면 조 대표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