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제 탄핵안 가결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갔다. 헌재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곧장 "국가 중대사안인 만큼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탄핵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과연 탄핵안이 헌재에서도 가결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순수하게 법리적 판단만을 내리는 대법원과 달리 헌재는 정치적, 사회적 측면까지 고려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예단을 내리지 못하면서도 헌재가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할 경우 부결되고 폭 넓게 법률 해석을 하면 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법학자들은 또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가 닥쳐온 데 대해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건"이라며 "그러나 이는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논평도 내놓았다. ◆ 허영 명지대 석좌교수 = 헌재의 탄핵 결정 여부는 탄핵 사유에 대한 해석을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법적 해석을 넓게 한다면 노 대통령의 실정이 탄핵소추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어제 기자회견 이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동료 교수들도 많다. 사상 초유의 탄핵안 가결은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건이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국회가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한 만큼 국민은 이를 존중하고 잘 지켜봐야 할것이다. ◆ 장석권 단국대 명예교수 = 헌재 판결은 대법원과 달리 법률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상 정치적 측면도 고려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대통령이 위반했다는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 방지법의 규정은 훈시 규정이지만그렇더라도 징계사유는 되고 조문대로 해석한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 헌법상 탄핵은 형사적 성격이 아니라 징계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그렇다면 훈시규정이라는 것만으로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순수 법률 측면만 봤을 땐 과연 징계 요건으로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직위를 해제시킬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결국 헌재 재판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다만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력이 아쉬웠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왜 오기를 부리느냐. 사과 한 마디면 해결됐을 일에 오기를 부려 소신을 지켰을지는 몰라도 국가와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본다. ◆ 김일환 성균관대 교수 = 탄핵안 발의는 정치적 의도에 의했다 하더라도 헌재는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탄핵 사유가 되는지 등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는 긍정과 부정 양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법적인 틀로서 정치 작용에 대해 룰과 기준을 제공하는데 탄핵가결로 대통령이 법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행 대통령제 정부 시스템에서 국회의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탄핵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응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문제를 남긴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국회 견제가 사실상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과거 비정상적으로 대통령 권한이 강했던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헌법이 여러차례 개정을 거치며 국회의 권한은 강화됐고 대통령의 권한은 약화됐다. 그러나 이번 탄핵안 처리과정을 보면 대통령과 국회의 `견제와 균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다수가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표결로 처리하는 게 다수결 원칙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국회가 국가 중대사를 다수결로 처리한 것은 `숫자의 횡포'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례는 국가권력 행사가 법에 의해 통제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행정작용을 헌법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 임지봉 건국대 교수 = 탄핵 결정이 내려지려면 6인 이상의 재판관이 탄핵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6인 이상이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헌법 65조 1항에 의하면 탄핵 사유는 직무집행에서 헌법.법률을 위반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야당이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답변을 위법이라고 문제삼은 것이나, 선관위 유권해석도 위법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헌재가 다시 판단할 것이다. 탄핵 결정은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중대한 위법행위여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된 선거법 9조는 처벌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에 불과해 이에 저촉됐다 해서 탄핵 사유에 해당할 만큼 큰 위법행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 김상겸 동국대 교수 = 대의 민주주의의 원칙은 대화와 타협인데 원칙이 전혀지켜지지 않은 채 이 지경까지 온 데 할 말을 잃었다. 기왕 상황은 이렇게 됐고 앞으로 많은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과 국민 모두 갈등 봉합에 노력해야 한다. ◆ 민경식 중앙대 교수 = 불행한 일이다. 본질적으로 탄핵 사유에 적합하지 않다고 봐왔는데 어제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는 결국 자초한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사실 탄핵 문제는 순수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인데 어제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 윤명선 경희대 교수 = 헌재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에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에 대해 해석하는데 엄격히 해석할 경우 탄핵 파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그만큼낮아진다. 헌재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해석, 국민 여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헌재 재판관들이 법관 신분을 갖고 있는 만큼 어떤 결정을내놓을지는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인한 정국 불안 우려 목소리가 나오겠지만 헌재가합리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임주영.조성현 기자 sisyphe@yna.co.kr zoo@yna.co.kr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