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원자재난으로 고생하고 있다지만 이 곳과는 비할게 못되지요. 요즘 같으면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원자재 구득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자재의 가격 급등과 구득난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훨씬 비싼 값에도 구할 방도가 없다. '블랙홀 중국'의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해상운임마저 폭등, 한국에서 원부자재를 가져가는 기업들은 더 울상이다. 뿐만 아니다. 경제성장 목표를 낮춰야 할 정도로 경기가 과열되면서 산업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전기가 태부족이다. 때문에 전기료는 연일 폭등하고 있다. "예측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영환경이다보니 사업계획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 실정"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 동북부에서 공작기계사업을 하는 한국인 K사장(56)은 "올들어 중국 내에서 철강제품 등 원자재 가격은 물론 전기료마저 뛰는 바람에 채산성이 최악의 상태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차라리 한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게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하얼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만도의 오상수 사장도 "자동차부품업의 원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재 등 재료비와 전기료는 오히려 한국보다 비싸다"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큰 그림이 아니라면 비용만 놓고 중국 진출을 결정해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내 핫코일 가격은 t당 4백21달러. 한국의 3백20달러에 비해 무려 1백달러 더 비싸다. 가전용 강판 역시 t당 8백60달러로 한국(6백70달러)에 비해 2백달러 가까이 더 줘야 살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들은 "철강을 많이 쓰는 백색가전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여의치 않다"고 털어놨다. 해상운송료 급등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베이징현대자동차는 최근 주중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원자재 비상대책 회의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해운 운임이 크게 올라 가격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벌크선을 용선해야 하는 업체들은 아무리 운임을 올려준다 해도 배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잇단 전기료 인상도 큰 부담이다.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연초 전기료를 kWh당 0.008 위안(1위안=1백50원) 올린데 이어 곧 0.02위안으로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