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으로 금융 거래가 정지된 사람들과 청년'백수'들의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도록 격려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노동당(대표 권영길)과 신용회복연대(집행위원 김인수) 소속 회원 30여명은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용회복법 제정과 불법채권추심근절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임동현 민생보호단 부장은 "우리나라에도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하는개인워크아웃제도가 아니라 법원의 주도하에 채무자들이 10년간 빚을 장기적으로 갚아나갈수 있도록 하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모래주머니로 국회의사당 그림이 그려진 박을 터뜨려 신용회복법 제정을 기원한 뒤 주민등록증을 모방한 '신불등록증'을 헬륨풍선에 매달아 국회로 날려 보냈다. 행사에 참가한 신용불량자 주모(37,여)씨는 "빚 때문에 죽고싶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어려운 사연도 나누다보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백수'들의 기살리기 행사도 열려눈길을 끌었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이사장 강원룡)은 청년실업자 모임인 전국백수연대와 28일 오후 7시 신촌 `몽환' 클럽에서 미취업 졸업생을 위한 `취업기원. 백수탈출 졸업파티'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가한 20대 미취업 졸업생 50여명은 오랜만에 취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주최측이 준비한 `취업기원주(酒)'를 기울이며 토요일 밤을 즐겼다.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공연을 즐기며 검은색 양복에 하얀 가면을 쓴 채 신문에난 구인광고를 보며 괴로워 하는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역학인의 사주 풀이로 어울리는 직업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우울함을 달랬다. 이모(27)씨는 "여기 와 보니까 나 혼자만 외로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위안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