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우리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이나 수익성 개선 등의 자구노력 보다는 큰 폭의 원화환율 상승에 의해 경제위기를 쉽게 극복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일 신라호텔에서 '원화강세와 산업구조의 재편:기업의 채산성에 미치는 효과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개최한 8차 국제경제연구회에서 이종건한국은행 팀장은 98년중 47.7%에 달하는 원화 평가절하가 영업이익에 미친 파급효과는 그해 제조업 전체의 실제 영업이익 25.6조원을 상회하는 3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팀장은 이어 99년 15.2%의 평가절상으로 당해연도 영업이익 30.7조원의 3분의 1을 넘은 14.1조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있었고 2000년에는 5%의 평가절상으로 다시 4.4조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이어졌지만 98년의 대폭적인 환율절하에 힘입어 98-2000년 영업이익 준증누계액이 10조원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2002년 14.2%의 평가절하에 의해 12.2조원의 영업이익이 추가돼 외환위기 이후 4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이 환율변동으로 얻은 영업이익 증대효과는 매우 크다고덧붙였다. 이 팀장은 98-2001년 환율변동이 기업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화가 10% 절상될 경우 제조업 전체로 영업이익은 대략 연간 7조∼9조원,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6∼2.2%포인트 각각 감소하며 원화가 10% 절하되면 정반대의 효과가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이 10% 절상하면 우리나라 전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환율변동이 없을 때에 비해 23-33% 정도 감소한다면서 대체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율변화율이 10.0%일 경우 영업이익률 변화율은 23-33%에 달해 환율 변동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전자부품, 섬유, 자동차 산업 등은 환율변동에따른 민감도가 크며 컴퓨터나 자동차는 환율민감도가 100%를 넘어 환율이 10%이상떨어지면 실제 영업이익 전체를 넘는 금액이 환율요인으로 인해 감소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동조, 하락하고 있어과거 `엔고'시기와는 달리 일본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원화 강세에 따른 채산성 악화도 예전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기업에대한 가격 경쟁력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과거 일본의 엔고 극복경험에 비춰볼 때 원화 강세로 우리 수출주력산업(전자, 자동차 등)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다고 해서 내수전환이나 해외로 생산기지의 이전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핵심기술과 품질경쟁력을 키워 고부가치화.고기술 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화환율 절상에 대비, 단기적으로 기업의 환위험 관리능력을 배양하고결제통화의 다변화 등을 모색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한.중.일간 역내 환율협력을통해 환율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환율절상이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있도록 환율변동 속도조절을 위해 정부가 관심을 쏟아야 하며 기업들은 결제통화의다변화 노력에 부응해 금융기관은 대출.보증 조건의 완화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