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학습교실인 '블록피아' 정형화 사장(38)은 상식의 눈으로 보면 정말 기이한 사람이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나왔지만 의사의 꿈을 접고 교육관련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변신했다. 갈수록 번창하는 사교육 시장과 학원시스템에 염증을 느껴 학생들이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수학참고서를 내기도 했다. '닥터노트'란 브랜드로 출판사업에도 뛰어들었던 것. 지난해 9월에는 어린이 중고용품점인 '꼬마벼룩'이란 사업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시작했다. 대학원 실험실에서 쥐와 고양이,토끼 등을 죽이는 게 너무나 싫어 박사과정을 도중하차한 그다. 서울에서 자전거로 열흘을 달려 해남 땅끝마을에서 새로운 삶과 창업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블록피아 가맹점을 해보려고 상담하러온 사람에게 "하지 마라"란 얘기부터 건넨다. 기러기 아빠여서 일요일을 만화방에서 보낼 때도 컵라면 하나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왜 사업을 한다고 나섰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꿈을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사업들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블록피아의 모토를 '어린이들 다락방'으로 잡은 데서 이런 뜻을 읽을 수 있다. 꼬마벼룩시장의 장점을 △가계부담 축소 △자녀 경제교육 △환경보호 참여 등 세가지로 정리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0년 창업을 결심하면서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얘기다. 둘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잡자. 혼자하면 지치게 되니 프랜차이즈를 잘 활용하면 된다고 봤다. 마지막 셋째가 독특하다. 다름아닌 사회공익적인 일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가 시도한 모든 사업이 공익적인 요소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 사장은 원래 의대 교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너무 싫었다. 자신부터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의사가 돼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또 정신없이 바쁜 의사보다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자기사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4년간 근무하고 2000년 5월 블록피아를 창립했다. "아이들에게 1만5천원짜리 레고를 사줬는데 10분인가 만지작거리더니 다음부턴 거들떠보지 않더라구요.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런 좋은 장난감을 다양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이르게 됐죠." 그는2000년 9월 경기 일산 후곡마을에 80평 규모의 대형 레고교실 1호점을 열었다.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처음보는 시설이었던 데다 운영시스템도 초기에는 엉성했다. 적자 행진이 멈추지 않아서 분석해보니 너무 대규모로 공간을 마련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상호를 '에디슨 레고방'이라고 지은 것도 레고 본사와 분쟁이 일어난 원인이 됐다. 결국 7개월만에 1호점 문을 닫아야 했다. 다시 30평 규모의 직영점을 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천여종이 넘는 블록을 모았다. 교육 프로그램도 6단계로 마련해 체계화했다. 레고외에도 다양한 조립교구들을 구비해 두었다. 이후 블록피아는 매년 40∼60개씩 점포를 내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금은 전국에 1백20여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2억원의 흑자를 냈다. 꼬마벼룩은 2호점까지 예정돼 있다. 꼬마벼룩에 집안수리 등을 대행해주는 핸디맨(집사 시스템)서비스를 추가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의 중심점을 블록피아에서 꼬마벼룩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