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무산 및 서청원(徐淸源) 의원 석방요구결의안 가결 등을 계기로 불거진 한나라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지난 9일 석방안을 적극 막지 못했던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뒤늦게아쉬워하고 있으나 당내 일각에선 그동안 지지부진한 당개혁 움직임, 당지도부의 자기희생 부재 등을 거론하며 당지도부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권오을(權五乙) 남경필(南景弼) 오세훈(吳世勳) 원희룡(元喜龍) 정병국(鄭柄國)권영세(權寧世) 의원과 원외위원장인 은진수(殷辰洙) 김성식(金成植) 황영철, 정태근씨 등은 11일 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당지도부의 자기희생적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자기희생적 결단'의 구체적 형태로 당 지도부 퇴진을 요구, 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최대표 체제 출범의 `1등공신'이었다는 점에서 당내 파장이 적지 않다. 여기에다가 지속되는 지지도 하락, 지지부진한 공천개혁 및 영입작업 등까지 겹치며 최 대표체체 이후 당이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은 "총선을 앞두고 적전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불출마를 선언한 한 중진의원은 지도부 퇴진요구에 대해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면서 "엊그제(9일) 의원총회장에 가보니 열 중아홉은 당에 불만, 불평을 늘어놓더라"며 당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소장파들의 이같은 요구를 전해들은 최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도대체 뭘 희생하라는 거야"라며 버럭 화를 내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최 대표는 "내가 서청원과 사이가 좋았다면 석방안은 반드시 막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사이가 좋지 못하다보니까 그런 것까지 막으면 `사이가 좋지 않아 저러는구나'라고 나를 옹졸한 사람으로 볼까봐 막지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대표는 또 "지역구민이 31명(석방안 발의자)의 이름이 난 신문을 보여주며 `이런 사람들 짤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며 공천 배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했다. 앞서 최 대표는 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홍준표 의원의 가짜 CD(양도성예금증서)파문은 당에 작은 수류탄 정도의 피해를 입혔지만 서 전대표 석방안은 마치 대규모 폭격을 맞은 것 같은 피해를 끼쳤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대표측은 석방안 가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계속돼 의안 발의자들에 대한 `낙천.낙선운동'까지 거론되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당지도부의 `면피성 처신'에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석방안 발의를 주도한 박종희(朴鍾熙) 의원은 "석방안 가결이 당에 상당한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표발의한 내가 공천배제 도마위에 오른 것은 감수할 수 있으나 단순히 도장찍어준 의원들까지 공천배제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면서 "뭔가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의원들은 도덕적 불감증보다는 서 전 대표의 무죄를 믿기 때문에도장을 찍어준 것인데 대표가 `공천배제' 운운하며 시민단체와 맞장구를 치는 것은자기면피나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