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주류 좌장인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가 16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에 공천신청을 냈다. 공천파문 와중에서 공천심사위 재구성 등을 요구하며 "공천신청 거부"를 천명하면서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종전 입장에서 전면 유턴한 것이다. 특히 15일 김덕룡(金德龍) 의원 주선으로 최 대표와 가진 회동에서 주먹으로 탁자를 치는 소리가 밖으로 들릴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에서 최 대표와 대립했던 점에서 서 전 대표의 공천신청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전날 최 대표가 기자들에게 농담조로 말한 대로 서 전대표가 최 대표에게 `KO패' 당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물론 서 전 대표는 이번 공천신청이 최 대표에 대한 투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투쟁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천신청의 의미를 "15년전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일념으로 3당통합에 동참한 것과 같은 각오"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오만과 독선에 맞서기 위해 더이상 침묵으로시위하는 소극적 방법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며, 직접 나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싸울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에 대해서도 "5, 6공 군사정권의 최대 수혜자" "평생 권력의 양지만을쫓아왔다"는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면서 공격했다. "최 대표가 끝내 한나라당을 `1인지배 정당'으로 되돌리려 한다면 먼저 나부터 밟고 지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동시에 공정성과 대표성을 갖춘 공천심사위의 재구성, 공천개혁 내용.원칙 공개,한나라당 리더십 명확화, 총선승리 구체적 대안제시도 요구했다. 이처럼 서 전 대표가 `내부투쟁론'을 들고 나왔지만 당내에서는 서 대표의 공천신청으로 당무감사 문건유출로 촉발된 갈등은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대표와 서 전 대표가 15일 조찬에서 공천문제에 대해 담판을 시도했지만 서전 대표로서는 공천심사위 재구성이라는 자신이 요구했던 마지노선마저 얻지 못한 상태에서 15년이나 지나간 `3당통합'을 거론할 만큼 공천신청의 명분이 약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서 전 대표의 행보는 어느정도 예견돼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공천파문초반 80여명이 현 지도부에 반발하면서 공천심사위 교체 등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지만 이들을 곧바로 서 전 대표의 우군으로 볼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최 대표 진영의 각개 설득작업으로 하나 둘 서 전 대표측을 떠나면서 세력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급기야 측근들에게도 공천신청을 지시해야함 하는 상황에 처한데 이어 자신도 해체 및 재구성을 요구한 공천심사위원의 심사대상이 되는 것을 택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