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의원 전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물갈이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은 고령 중진의원들의잇단 불출마 선언을 촉발시켰고, 검찰의 비리 의원 전원구속이라는 `과감한 조치'를후방지원했으며 각 당의 부정.비리의원 공천배제 방침 선언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의 5대 그룹 이외 기업에 대한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대선자금 출구조사', 대우건설 등 기업체 불법비자금 수사 등이 본격화될 경우 비리 연루 의원들이 추가로 속속 드러나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비리의원에 대한 법적, 도덕적 심판에 의한 물갈이는 단순히 정치권의 세대교체라는 의미보다 부패정치에 대한 청산과 정치권 정화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의 획기적 진전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이에따라 `자연적 용퇴'에다가 `인위적 공천배제'까지 가세돼 오는 17대 총선에서의 물갈이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물갈이 태풍이 계속 몰아치고 있다. 특히 고령 중진 뿐만아니라 43세 초선인 오세훈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금까지 불출마 및 정계은퇴를 선언한 의원은 박관용 국회의장(의장 당선 후당적 자동이탈) 양정규 김용환 김찬우 윤영탁 박헌기 한승수 목요상 김동욱 정창화정문화 김종하 유흥수 현승일 강삼재 주진우 오세훈(이상 지역구) 신영균 강창성 서정화 이연숙 윤여준(이상 전국구) 의원 등 22명이다. 여기에다가 지난번 당무감사에서 C,D등급을 받았거나 지역구 관리 및 의정활동이 소홀했던 60세 이상 고령의원 10여명 이상이 아직도 거취문제를 놓고 고심중인것으로 알려져 불출마 선언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각종 비리혐의로 구속됐거나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김영일 박주천 박명환최돈웅 박재욱 의원도 사실상 총선출마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물갈이'로 이어질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물론 `옥중출마 불사방침'을 밝히고 있고, 당내 일각에서 대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영일 의원에 대해선 개인비리와는 구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지만 여론의 비판을 감안하면 공천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들 비리의혹 의원들 지역구엔 일찍부터 예비후보들이 `깨끗한 정치'를 내걸고도전장을 줄을 이어 내밀고 있어 당내 경쟁만도 10대1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 `출구조사'를 본격화할 경우 대선자금을횡령하거나 불법사용한 의원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날 가능성이 크며 이럴 경우 해당의원은 `파렴치범'으로 몰려 출마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배제기준도 물갈이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금고이상의 형을 받고 재판이 진행중인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 등 관련자 등에 대해 공천을 배제키로 방침을 정해 당규에 반영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후보자 공모시 벌금형 이상의 범죄조회 확인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의 물갈이 폭이 당초 예상했던 영남권 50%, 전국 30%를 훨씬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발(發) 물갈이 도미노 영향권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다. 수도권 출신및 소장 의원들이 주장하는 `호남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중진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탄력을 받고 있지 않으나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경선을 통한 물갈이를 내걸고 `물갈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으나 전당대회 이후 반짝 반등했던 당 지지도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어서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물갈이 물꼬는 터졌다. 전국구인 장태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운용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 결국 총선 불출마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추가로 C, L의원 등의 불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다. 전날 구속된 박주선, 이훈평 의원은 `옥중출마'를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으며 대우건설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몇몇 의원들의연루설이 나돌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총선출마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돼 `물갈이 봇물'로 발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를 가진 열린우리당은 물갈이 논의가 `연령'이나 `선수(選數)'보다는 `비리'와 `건강'에 모아지고 있다. 설송웅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마 선언 첫 테이프를 끊은 데 이어 이원성의원의 불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또 당내에선 전날 구속된 정대철 의원을 비롯해 미군 카지노에서의 상습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송영진 의원, 군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천용택 의원 등에 대한 징계문제를 공론화하고 있어 공천배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뿐만아니라 당내에선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의 `옥중출마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11일 전당대회에서 `개혁'과 참신성을 내세운 젊은 지도부가 출현할 경우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물갈이' 움직임과 경쟁을 벌이며 비리연루 의혹을 받는 의원및 구태 정치인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