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임기만료가 집중되는 공기업과 정부투자기관을 비롯 은행 금융단체들의 기관장들이 대폭 새 얼굴로 바뀔 전망이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5일 공기업 등 5백개가 넘는 정부 산하 기관장의 향후 인사 기준과 관련,"탁월한 운영을 한 사람은 두세 번 연임도 가능하겠지만 이번엔 경질 대상의 폭과 기준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은 이날 오전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공기업 임원평가 때 '수(秀)'를 받을 경우 연임하고,'우(優)'와 '미(美)'는 임기를 채우고,'양(良)'과 '가(佳)'는 형사적·법률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경질 조치됐다"며 "종전엔 '미'까지 임기를 채웠지만 이번엔 경질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 교체폭이 커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이달 중순께 전윤철 감사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주요 감사 내용을 보고하면서 공기업 등 정부 산하 기관장에 대한 평가내용도 일부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기획예산처의 공기업 업무평가에서 하위권으로 평가받은 배희준 농업기반공사 사장이 이날 전격 사표를 제출,정부의 주요 기관장 물갈이가 벌써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 사장의 사표 제출로 규모가 큰 13개 정부투자기관 중 최근 강동석 전 사장의 건설교통부 장관 발탁으로 공석인 한국전력을 비롯 대한석탄공사와 농업기반공사 등 3곳이 사장 공석 상태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보험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급만 따져도 41명이 올해 임기가 만료돼 대대적인 후임 인사가 예고돼 있다. 증권업협회 투자신탁협회 금융결제원 등 유관기관장과 신설되는 주택금융공사 및 통합거래소 이사장까지 합치면 줄잡아 50여명의 CEO가 새로 결정된다. 은행권에선 윤병철 우리금융 회장,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김정태 국민은행장,이덕훈 우리은행장,김종창 기업은행장,하영구 한미은행장 등 11명의 CEO가 올해 임기가 끝난다. 또 윤귀섭 금융결제원장,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도 올해 중 임기 만료된다. 이들 은행권 임원 중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사람은 89명에 달한다. 여기에 계약기간이 1년인 집행임원을 합치면 1백여명 이상이 올해 새로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허원순·하영춘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