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크게 축소되면서 미국, 영국, 일본의 절반수준에도 미달했다.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은행 등 간접금융에 의존함으로써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관이 제역할을 못해 증시 불안정으로 우리나라의 주식투자수익률은 주요국 중최하위 수준이며 이에따라 기관의 투자 역량 및 역할 제고와 장기투자 유인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24일 발표한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 제고를 위한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시에서의 기관투자가 비중은 1997년26.3%에서 작년말 15.9%로 하락했다. 이는 미국과 영국의 50%대, 일본의 40%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13.7%에서 36.0%로 높아졌고 지난 10월 현재 40%까지 급증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연기금.보험의 자산대비 주식비중은 8.6%로 미국의 48.2%,영국의 44.4%, 프랑스의 28.7%, 독일의 24.5% 등에 비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미흡해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자금조달을 채권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에 의존함으로써 외국 기업에 비해 금융비용 부담이 크고, 개인의 간접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막대한 자금이 은행의 단기예금이나 부동산시장에만 머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기관투자가의 자산운용이 채권에만 편중됨으로써 채권수익률이 왜곡되고 기관투자가의 기업 감시 기능과 국내 기업의 경영권 보호역할이 미흡하며,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단기매매에 치중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분석했다. 증시에서 기관의 비중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이 직.간접 주식투자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로인해 가계 자산은 실물자산 비중이 48.8%로 미국(28.1%),일본(47.7%) 보다 높은 반면 주식 비중은 9%로 미국(37%), 프랑스(40%), 영국(18%)보다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부터 2001년말까지 채권과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이 각각15.4%와 8.0%로 위험이 높은 주식의 수익률이 떨어져 미국(채권수익률 8.4%, 주식수익률 12.7%)과 대조적이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이 기간중 주가지수 변화는 각각각각 6.5%와 0.7배로 미국(3.2%, 4.0배), 영국(2.1%, 2.9배), 독일(2.3%, 4.1배) 등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크게 뒤졌다. 보고서는 우리 증시에서 투자 주체들의 주식매매행태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은주가가 상승할때 주식을 매입하고 하락할때 매도하는 매매행태로 높은 수익을 올렸으나 국내 은행.보험.연기금 등 기관과 개인은 반대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외국인의 경우 2000년 이후 주가등락에 관계없이 수익을 냈으나 국내기관은 주가가 오를때만 수익을 냈으며, 개인은 주가등락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기관투자가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등양적인 개선에 앞서 주식매매능력 및 분석력 제고라는 질적 개선이 필요하며 기관의위험관리 능력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 시점에서 기관에 공적 역할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보다는 기관의 역할제고를 위한 과제를 우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주식투자의 장기화를 위해 기금연금제도의 조속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개인의 간접 주식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 주주중시경영의 정착, 합리적 배당정책 등과 함께 조속한 투신사 구조조정으로 투신산업에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공시제도 강화 등 감독기능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