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열두 달 중 딱 하루 섹스를 해야 한다면언제일까. 설? 추석? 단오? 그게 바로 크리스마스거든." 예수가 태어난 '성(聖)'스러운 날 크리스마스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숙박업계'종사자들에게는 방이 없어서 장사를 못할 정도로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성(性)'스러운 날이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해피에로크리스마스'의 배경은 온천의 도시이며 '숙박업소'의 천국인 유성. 때는 바야흐로 크리스마스를 얼마 안 남겨둔 초겨울이다.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의욕 넘치는 청년 성병기(차태현)는 온천 1동 파출소의막내 순경. 범죄자 소탕과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 가슴은 불타지만 사실은 실수투성인 데다 '포순이' 가면을 쓰고 피켓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하는 신세다. 병기가 의협심 넘치는 경찰로 성장하게 된 것은 '소싯적' 이 도시의 건달 '방석두'(박영규)에 의해 목욕탕의 뜨거운 물에 내팽겨쳐졌던 쓰라린 경험 때문. 이름처럼 '돌대가리'에 결정적 순간에는 단순 과격해지는 강점도 있지만 석두가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정서는 '로맨틱'함. 시간이 흘러 온천파 두목이 된 그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감옥에서 보내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틈만 나면 티격태격해대는 두 사람. 어느날 볼링장 종업원 민경(김선아)이 눈앞에 나타나면서 둘은 이제 연적이 된다. 이건동 감독의 데뷔작 '해피에로…'는 크리스마스처럼 예쁘고 따뜻한 영화. 인물들은 조폭 경찰 할 것 없이 한결같이 행복해 보이고 화면은 눈내리는 성탄절 풍경만큼이나 상쾌해 보인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연인 혹은 친구, 가족들과 부담없이보기에 딱 좋을 만큼의 웃음과 감동이 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해피'한 이야기라는 따뜻함과 '에로'틱한 코미디 두 가지를 동시에 좇고자 하는 듯하다. 하지만 따뜻함과 에로틱함은 줄거리에섞이지 못한채 따로 '노는' 느낌. 따라서 따뜻함보다는 가벼움이, '배꼽'을 잡을 만한 코미디라기보다 잔잔함이 더 눈에 들어온다. 캐릭터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에피소드들도 욕심의 과잉인 듯 부담스러운 편. 에로 영화의 거장인 영화제작자와 한참 밝힐 나이의 고등학생들, 에로영화에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스님과 올해의 온천아가씨가 되기를 꿈꾸는 주차장 걸 등 각각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웃음 주기에 성공하지만 동시에 전체의 이야기 흐름은 산만하게 한다. 주인공 차태현과 김선아의 연기도 전작들로 관객들이 갖는 기대에는 조금 부족하다. 상영시간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