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연말 개각과 청와대 개편 구상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기는 새해 예산안의 국회통과가 이뤄진 직후인 오는 22일께가 유력하고, 규모는 2-4개 부처장관, 청와대 수석.보좌관 1-2명, 비서관급 이하 10명 이내 교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청와대 인사보좌관실과 외부기관 등은 각료 직무수행 평가보고서를 노 대통령에게 올렸고, 이를 토대로 노 대통령은 일부 장관에게는 연말 부처 인사를 하지말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여러 채널을 통해 올라온 객관적 평가 자료를 기준으로 극히 소수에 한정된 개편을 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7일 국민일보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최우선적으로 수용할 생각이나 아직 출마하겠다는 각료가 없다"며 "몇갈래 과학적 방법으로 조사한 장관평가를 근거로 소폭 개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그전부터 쇄신인사를 반대해왔지만 이번에도 분위기 인사는 안한다"고 잘라 말했다. 6일 국무회의 석상에선 "출마를 강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고 건(高 建) 국무총리와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등 내각과 청와대 핵심인사들은 유임으로 결론이 났다. 고 총리의 경우 청와대와 야3당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 인준 자체가 불확실하고, 김 부총리는 그간 몇차례의 경제위기에 대과없이 잘 대처했으며, 강 장관은 본인의 불출마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법무부 개혁 등과 관련해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고 총리 거취문제에 대해 "분위기 인사는 안하고확실한 근거를 갖고 인사한다는게 기본 원칙이어서 총리교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강 장관에 대해 "지금 법무부가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개각이나 출마대상이아니다"며 "법무부가 중심을 바로잡느냐 안잡느냐가 국회의원 당선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경제부총리에 대해선 "지금 경제팀 잘 하고 있다"고 무게를 실어주었다. 이에 따라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파문과 수능 복수정답및 출제위원 선정 논란에 휩싸인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 위도 원전센터 유치 갈등의 책임론이 일고있는 윤진식(尹鎭植) 산자부장관의 교체가 유력시 된다. 아울러 출마설이 있는 김화중(金花中) 복지, 권기홍(權奇洪) 노동과 최종찬(崔鍾璨) 건교장관의 교체설도 나돈다. 특히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NSC(국가안보회의)측과 갈등을 빚어온 윤영관(尹永寬) 외교,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 청와대의 김희상(金熙相) 국방, 라종일(羅鍾一) 국가안보, 반기문(潘基文) 외교보좌관 등 외교안보라인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6자회담 등 산적한 현안을 감안할때 유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전투를 앞두고 말을 갈아타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청와대의 유인태(柳寅泰) 정무, 박주현(朴珠賢) 국민참여수석, 김희상(金熙相) 국방보좌관 등의 개편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으나그 실현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어찌됐건 이번 소폭 개편은 내년 4.15 총선이후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굳이 3-4개월용 시한부 개각을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고위관계자도 "어차피 내년 총선이후 사실상 `2기 조각'을 단행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1일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 이후 공직자 사퇴시한인 내년2월 15일 이전에 한차례 더 개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분석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전격 입당을 결행하면 이는 총선에 모든 것을 쏟아붇는 `올 인'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총선 출마를 고사하고 있는 강금실 법무장관, 문희상 실장, 문재인 민정, 유인태 정무, 박주현 수석, 정찬용(鄭燦龍) 인사보좌관 등 `빅 카드'에 대해 노대통령이 출마를 강권하는 사태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총투입된다면 수도권(문희상.강금실.박주현), 부산(문재인), 경남(김두관), 호남(정찬용), 충청권(유인태)에서 전국적인 바람몰이의 첨병역을 수행할것이라는게 청와대측 분석이다. 다만 정치권의 `강효리'로 불리는 강금실 장관의 경우 지역구로 뛰기 보다는 열린우리당의 전국구 상위순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이 때문에 이번 연말 개각보다는 내년 1,2월의 노 대통령의 입당가능성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어찌됐건 노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특검정국으로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고 분위기 반전과 국정쇄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