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봉쇄라는 미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잘 헤아려 포용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박후건 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2일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 힐튼호텔에서 열린 `북한의 개혁개방과 북미관계 전망'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은 결코 미국이나 북한의 주변국가들을 공격하겠다는 호전적인 입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세적이고생존적인 차원에서 나온 자구책의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북미관계 개선방향' 주제 발표에서 "북한의현 체제의 정당성을 평가하기에 앞서 세계 여러 국가들에 다양하고 각기 다른 시스템이 존재하듯이 북한의 체제를 북한의 독특한 역사 속에서 나온 독특한 시스템으로이해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고립(isolation)과 봉쇄(containment)라는 냉전시대의 대북 접근법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박 연구위원은 "만약 미국의 대북정책이현재상태로 북한의 고립과 봉쇄, 나아가서는 북한의 붕괴를 직간접적으로 유도하는것이 기본골격을 이룬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물리적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1994년 제네바 북미기본합의 체결당시 미국은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가정을 전제로 했으며 따라서 합의서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했다면 명백한 제네바 합의 위반이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으로서는 생존의 지렛대인 핵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북 고립ㆍ봉쇄정책이 50년간 계속돼 왔지만 북한 체제는 붕괴하지 않았고 동북아 국가들, 특히 한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냉전적 대북압박 정책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입지와 역할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으로는 북핵문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이해를 바탕으로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모두에게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win-win)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최근북한의 개혁개방을 북미관계 진전과 동북아에서 미국의 입지와 위치를 새롭게 하는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박 연구위원 이외에 김연철 고려대 교수와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각각 `북한의 개혁개방과 정치체제의 변화'와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제체제의 변화'에 관해 주제발표를 했다. 미래전략연구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공동주최한 이 세미나에서는 또 마커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기업연구소 연구원 등 국내외 한반도 문제 및 남북관계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주제별로 열띤 토의를 벌였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