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Again) 1983.' 2003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11.28~12.20, 아랍에미리트연합)에 '멕시코 4강신화 재현'의 출사표를 던진 20세 이하(U-20) 한국청소년대표팀의 첫 관문인 조별 리그는 `잔인한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본선 F조에 속한 한국이 넘어야 할 산은 유럽, 남미, 북중미의 강호 독일, 파라과이, 미국. 어느 팀 하나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적수들로 오는 30일 첫 판에서 맞붙는 독일이 가장 힘겨운 상대로 꼽히는 가운데 파라과이(12월3일), 미국(12월6일)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박성화 감독은 독일전에서는 안정적인 수비 운영으로 최소한 무승부를 이끌어내 첫 승점을 딴다는 전략 아래 파라과이와의 2차전을 반드시 잡아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마지막 미국전에는 부담없이 임한다는 조별리그 돌파 전략을 세웠다. 승점 5 또는 6 이상의 성적을 거둬 최소 조 2위로는 조별리그를 통과해야 16강에서 다른 조 1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3위로 떨어지면 각조 3위 6개팀이 승점과 골득실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16강 진출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운좋게 16강에 오르더라도 다른 조 1위와 맞붙게 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박성화호는 그동안 독일, 파라과이, 미국의 플레이를 비디오로 면밀히 분석하며 각 팀의 틈새를 나름대로 파악했다. ◆독일= 2006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역량을 총동원해 유스팀을 육성해왔고 그 결과물이 이번 대회에 나오는 울리 슈티리케 감독의 청소년대표팀이다. 지난해 유럽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스페인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독일은 전차군단 특유의 체력과 파워를 내세우면서도 4-4-2, 3-5-2, 3-4-3를 혼용하는 변칙전술을 구사한다. 박 감독은 독일의 플레이를 보고온 뒤 "나이는 어리지만 대부분 분데스리가 1군에 뛰고 있어 볼 다루는 게 달라 보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70~80년대 독일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슈티리케 감독은 자랑하는 모리츠 볼츠는 잉글랜드 명문구단 아스날의 러브콜을 받은 수비의 핵이고 중원에서는 천재 미드필더 표트르 트로코우스키가 흐름을 조율한다. 지난 81년 호주대회에서 우승한 뒤 87년 이후에는 한번도 4강에 오르지 못한 독일은 명예회복을 노리며 잔뜩 벼르고 있다. ◆파라과이=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가 `매우 재능있는 팀'으로 추켜세운 파라과이 청소년팀은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이어 남미선수권대회 3위로 본선에 오른 다크호스. 한국은 최종 리허설로 치른 수원컵에서 파라과이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콜롬비아를 2-0으로 완파해 어느 상대보다 자신감에 차 있지만 콜롬비아보다는 전술적 완성도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가 장문의 인터뷰로 집중 조명한 에드가 바래토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꼽히고 있고 남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린 에르윈, 단테 등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선수들이다. 파라과이는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모두 비겨 수비력도 탄탄한 편이다. ◆미국= 지난 8월 핀란드에서 열린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참패를 안긴 14세 축구신동 프레디 아두가 빠졌지만 아두가 엔트리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은 선수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점을 반증하는 팀이다. 미국프로축구(MLS)에서 잔뼈가 굵은 네덜란드 출신의 토머스 론겐 감독은 가장 미국적인 축구를 어린 선수들에게 이식해 북중미 최강에 올려놓았다. 역대 3번째로 어린 17세6개월에 성인 대표팀에 탑승했던 플레이메이커 보비 콘비는 홍명보(LA갤럭시)가 뛰는 MLS 무대에서 지난 시즌 5골을 뽑아내 득점력도 탁월하다. 미국은 최근 한국이 격파했던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1-2로 진 적이 있어 박성화호로서는 놓쳐서는 안될 상대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