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는 5일 황장엽 전북한 노동당 비서가 북한 인권문제를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연관시키는 것은 '상당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북한대학원과 한국언론재단이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의 위기와 평화'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황 전 비서가 방미 중 워싱턴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문제를미국의 대테러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보수층의 후원을 받아 미국을 방문한 황씨가 미국의 대테러전쟁을인권에 대한 투쟁으로 연계시킴으로써 신보수주의 세력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신보수주의자들은 북한 인권을 중시하고 있지만 북한 인권은 북한 문제의 핵심에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황 전 비서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김일성의 통치시기에는 굶는 사람이없었고 김정일의 통치 시기에 기아현상이 생겨났다고 말하는 등 김일성을 존중하고김정일에 대해서만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김일성시대에 모든것이 잘됐다고 말하는 것 같아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한미관계가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원인은 "세대교체로 전쟁의 공포가 한국인의 집단 의식속에서 희미해졌고 젊은 세대가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 보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더욱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관계를 생산적으로 연장하기 위한 핵심은 대북문제에 달려있다며 "부시 행정부내에서 아직도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양분돼 있고 저마다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하며 무력 사용에 관한 것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전적으로 한국과 논의해야 한다"고역설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의무를 지닌 국가로서 핵확산과 같은 문제를다룰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폭넓은 시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그러나 "한미 모두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반미 감정은 불가피하며 그것이 근본적으로 건전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서는 안되며 만약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북한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