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지난 3일 발표한 지구당폐지, 전국구 전원교체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5대안이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와 정치발전특위는 이날 회의를 소집해 최 대표의 개혁안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했고, 당내 개혁그룹인 쇄신모임도 자체모임을 갖고 정치개혁 가속화 방안을 마련키로 하는 등 당 전체가 개혁안 파고에 휩싸였다. 그러나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개혁안의 동기,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사태 진전에 따라 정치개혁을 둘러싼 이견이 당내 분란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다. 3일 최 대표가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치개혁 5대방안을 발표했을 때 원외위원장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제기된데 이어 일부 중진들도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다. 김기배(金杞培) 전 사무총장은 4일 "돈안드는 선거를 하겠다는데는 공감한다"고 전제, "그러나 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겠다면서 지구당을 폐지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올것이고 선거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죽으려고 다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제1당이 된다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전국구 국회의원 전원의 신인교체 방안도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구 의원들은 자신들의 신상에 관련된 문제인 점을 감안한 듯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또 상당수 전국구 의원들이 지역구 진출을 노리는 만큼 당장은 이 문제가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이란게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전국구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구당 포기를 검토하던 일부 중진의원들이나 전국구 진출을 노리던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측 인사들, 지역구와 전국구를 사이에 두고 고심하던 의원들이 행동에 나설 경우 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정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물갈이 방안이 핵심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미래연대는 외부인사가 절반 이상으로 구성되는 독립적이고 개혁적인 공천심사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나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수표.신용카드 의무화, 정당.합동연설회 등 고비용 선거구조 혁파 방안의 경우도 SK비자금 파문의 충격에 묻혀 한동안 반대의견이 표면화되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당사상 유례없는 이들 정치개혁안에 대한 세부 논의가 진행될 경우 당장당내 자금 고갈이 예상되는데다, 야당의 대표적 선거운동 방법중 하나인 정당.합동연설회의 폐지에 대한 일선 조직의 반발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결국 최 대표가 전격 발표한 정치개혁안의 향배는 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와 비대위, 소장.개혁파 그룹 등을 한 축으로 하고 이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강경보수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그룹들간의 세대결 양상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란게 대체적 관측이다. 특히 세대교체론, SK비자금 파문 등의 와중에서 숨죽이고 있던 강경보수파 의원들이 제목소리를 낼 경우 한나라당은 사상 유례없는 격렬한 내홍을 겪으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미 구주류 의원들 간에는 "최 대표가 미래연대 등 소장파들과 `짜고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고, 소장파 의원들은 "발상의 대전환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최 대표의 개혁드라이브에 대한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 정치권 내부의 움직임도 한나라당의 5대개혁안 실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