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 한전 송변전본부장 > 지난 8월14일 미국 동북부 및 캐나다 일대에서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한 도시기능 마비로 5천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피해를 겪은 데 이어 8월28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정전이 발생해 전철망의 약 60%가 장시간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광역 정전이 기술선진국에서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한국은 대규모 정전사태로부터 자유로운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미국에서 발생한 광역 정전의 원인으로는 복잡한 설비운영 체계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전력계통은 10여개 조직에 의해 각각 운영되고 있으며 1개 독립계통 내에서도 여러개 민간회사에 의해 송전망이 분리 소유된 채로 이익경쟁을 벌이고 있는 터라 전체 시스템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상시 적정 신뢰성 확보 곤란은 물론 비상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한국은 전국의 송전망을 단일 시스템으로 구축 운영해 공급설비의 적기 확충,노후 취약설비의 지속적인 교체,선진 운영기술의 적극 도입 등 안정적 공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미국이나 영국에서처럼 광역 정전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개인재산에 대한 권리의식이 강화되고 일부 지자체나 환경단체 등의 집단적인 건설 반대 민원으로 전력수송설비 건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일부 설비는 공급 한계에 도달해 국부적인 공급 지장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전력 수요는 지난 수십년간 연평균 10% 이상 급신장해 왔으나 1인당 연간 전력사용량이 약 5천8백㎾h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량의 약 두 배 정도가 돼야 수요 성장률이 선진국 수준인 2%대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안정적 전력 공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비 절약이나 기타 수요억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아직 많은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 온 국민을 불안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국가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는 광역 정전을 사전에 방지하고 매년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적정 수송설비 건설에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이해와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