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내 증시가 미국발 훈풍에 강한 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장중 770선을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왕성한 식욕을 보이며 8일째 `사자'에 나서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60포인트 오른 763.62로 출발해 오전에 연중최고점(9월9일 종가 767.46)을 가뿐히 뛰어넘어 장중 772.29까지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 상황에 큰 관계없이 해외 여건의 호조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면서 조만간 800선 돌파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 변수보다 해외 변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의 재신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증시는 이보다는 해외 쪽에 눈길을 고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3.4분기 실적을 본격적으로 발표하는 `어닝 시즌'(earning seasno)을 맞은 미국 증시가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 13일 미 나스닥 지수는 0.95% 오른 1,933.53으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93% 상승한 9,764.38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0.70% 오른 1,045.35로 각각 장을 마쳤다. 이중 S&P 500 지수는 1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기업 실적의 호조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 증시에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 S&P 500 지수 편입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7월초 12.7%에서 지난주 15.8%, 이번주 16.2%로 높아지는 등 실적 호조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실적 발표 시즌을 거치면서 20%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해외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2~8일에 한국 관련 해외 주식형 뮤추얼펀드에만 11억1천400만달러가 순유입돼 국내에서 외국인매수 강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지난주에만 1조2천633억원을 순매수해 주간 기준으로 2000년 3월 이후 두번째로 가장 큰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5월28일 이후 본격적인 `사자'에 나서 이달 13일까지 10조7천958억원을 순매수했으며 10월 들어서만 1조6천907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증시에 국내 정치적 상황은 변수가 되지못한다"며 "미국의 어닝시즌과 경기회복 기대라는 두가지 해외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상승..800선 돌파 시도 전문가들은 미 기업 실적이 예상치를 충족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의 상승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는 오는 17일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어닝 시즌이 펼쳐지는데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예상치는 평균 1조8천억원으로 이를 충족할지가 관심사다. 해외 여건의 호조에다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까지 가시화될 경우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연내에 8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미 기업 수익 증가와 경기 회복 기대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 경제 지표도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4.4분기 중반에 82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매수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 상승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전고점을 돌파하면 800선을 넘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지적됐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정치적 불확실성보다 미국의 기업실적 호조와 경기회복 신호에 일차적 관심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이라크 파병 등 대외정책은 물론 국내 경기회복 및 부동산 대책 등 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력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상승 탄력을 상당 부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