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최근 정국의 최대 쟁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에 의한 재신임에 관한 당의 입장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 대표는 연설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관철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정치개혁방안을 밝힘으로써 `변화와 개혁'이라는 흐름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5대 정책대안과 비전을 제시했다. 최 대표가 밝힌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선(先) 최도술(崔道述)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의혹 규명-후(後) 재신임투표'로 요약된다. 이는 지난주 노 대통령이 재신임 의사를 처음 밝혔을 때 한나라당이 연내 국민투표 실시를 불쑥 요구하는 등 `졸속대응'했던 것과 관련해 최근의 여론조사 추이나 당내의 비판여론 등을 감안한 신중론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투표와 관련, 최 대표가 "정책이 아닌 대통령 신임에 관한 투표는 위헌이라는 논란이 있으므로 국회 입법절차를 포함한 구체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민주당측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상황에 따라 위헌논란을 명분으로 국민투표를 거부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 놓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가 "노 대통령은 재신임 카드와 말바꾸기를 통해 20년 측근의 비리를 덮으려는 고도의 정치술수를 쓰고 있다"며 "측근비리로 재신임을 물으면서 정치개혁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또 "측근비리를 숨기고 봐주는 것 하나 만으로도 탄핵감"이라고 강조, 향후 재신임을 둘러싼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서는 특검수사에 이어 탄핵카드도 공식 거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최 대표는 노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관철'이 불가피한 4대 이유를 제시하면서 재신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될 경우 이를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해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자신은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초강수의 제안을 연설내용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를 의원총회에 회부하는 등 불신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재신임 문제의 근원적 원인은 다름아닌 노무현 정권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노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인식 ▲`코드(CODE)정치'로 일컬어지는 진보독재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사고 ▲국정운영 능력과 자질을 제시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최 대표는 "대통령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자세변화, 민생전념, 신당 입당, 적대적 언론정책 수정, 행정수도 후보지 조속발표, 포퓰리즘 정치 중단 등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최 대표는 특히 장수천 문제 등 노 대통령과 주변의 비리의혹을 일일이 거론한 뒤 "당장 비리에 연루된 측근들을 공직에서 내쫒고 법에 따라 처벌하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최 대표는 "(비리사건에) 우리당이 관련된 일이 있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응당 책임지겠다"고 전제하고 "여야 모두 새로운 정치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에 착수하자"고 정치개혁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완전 공영제 실시 ▲선거사범 단심제 도입 ▲기부한도 300만원 이하 축소, 정치자금 단일계좌 사용, 지출시 수표.카드사용 의무화등 후원회제도 전면 쇄신 등을 제시한 뒤 11월까지 여야합의처리를 제안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하게 제기돼 온 권력구조 개편논의에 대해서는 "나라경제가 어렵고 국정도 불안한 때에 이를 논의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못을 박았다. 최 대표는 이어 ▲확실한 기업투자환경 조성 ▲잘못된 노사정책 혁파 ▲교육혁명 ▲신산업개발 주력 ▲한미관계 정상화 등 경제난 해결에 역점을 둔 `5대 국가위기 해결과제'를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 대표는 한미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 정권들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송두율 사건 의혹규명이 제대로 안되면 특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배후를 밝힐 것"이라고 보수진영의 입장을 대변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choina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