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재신임 방법은 국민투표가 옳다고 생각하며 시기는 12월 15일 전후가 좋겠다"면서 "법리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현행법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2004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합의는 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기준이 바로설 수 있다면 남은 임기동안 국정운영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개혁보다 더 큰 정치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만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대통령직을 내놓을 각오가 돼 있다"며"따라서 재신임 요구에 어떤 조건도, 어떤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특정 정책과 연계하지 않고 재신임을 물을 계획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또 "불신임을 받았을 경우 다음 대통령 선거는 내년 4월 15일 총선과 함께 치르는 것이 국력 낭비와 국정 혼란을 줄일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일 것"이라면서 "그러자면 12월 15일에 재신임 투표를 한 후 두달동안 각당이 대통령후보를 준비하고 2월 15일경 대통령직을 사임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인 4월 15일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제가 재신임을 받을 경우 다가오는 12월에 그간의 국정운영을 평가해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고 국정쇄신을 단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그래야 국정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내년부터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이 된 것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는 국민 여망과 시대의 물결이 저를 대통령으로 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 자신이 빌록 정치인으로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신념이 이뤄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며 "재신임 결정이 어떻게 나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그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치권의 일상화된 부정부패와 그에 대한 도덕 불감증을 고치지 않고선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고 전제, "기업 장부가 압수될 때마다 비자금이나오고, 비자금이 나오면 당연히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이 낡은 사슬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며 "그래서 저는 저 자신이 먼저 몸을 던져야 할 때라고 판단했고, 국민재신임을 묻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현행 제도는 원천적으로 비정상과 편법을 강요하는 구조"라며 "합법적 정치비용은 현실에 맞게 올리고 선거공영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정치신인도 합법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특단의 결 단을 내려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역간 대결구도를 만들어놓고 유권자 정서를 볼모로 불신과 증오를 부추기기만 하면 선거에서 승리하는 정치구도에서는 국회가 합리적인 정책토론의 장이 될 수 없고 싸움만 있을 뿐"이라며 "선거제도를 고쳐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지역구도는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지역구도는 반드시 해소돼야 하고,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