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20일 동교동 자택을찾은 재일한국민족통일운동연합(한통련) 인사들과 30년만에 만나 과거 해외민주화운동 등에 관해 담소하며 감회에 젖었다. 김 전 대통령은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의 최병모 대표 및 임종인 집행위원장과 함께 방문한 한통련 양동민, 곽수남 부의장,김정부 기획실장, 손마행 사무총장에게 노고를 치하하고, 30년전 도쿄(東京) 납치사건 후 이들이 자신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데 대한 사의도 표했다. 약 30분간의 면담에서 김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하에서 감옥가고 고문당하고 집안이 망하는 가혹한 시련을 겪어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를 쟁취했다"며 "이런 가운데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와 손잡고 투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일본, 유럽 교포들이 민주화투쟁과 반독재투쟁을 끊임없이 해왔다"며 "필리핀 아키노 상원의원을 만났는데 (필리핀 민주화) 시위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위참여 인원을 채워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핵보유를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해주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 정권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므로 여러분이 일본정부에 좋은 영향을 주도록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과거 역사를 보면 동서를 막론하고 뜻있게 살고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생전에 평가를 못받고 역사속에서 재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상봉과 개성공단 방문, 평양방문 등 남북교류가 획기적으로 증진됐다"고국민의 정부의 성과를 자평했다. 김 전 대통령은 양동민 부의장이 "앞으로 정치발전에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하자 "정계은퇴한 사람이다. ..."며 말끝을 흐리고, "나라 정치가 잘 되려면 국민이훌륭해야 하고,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협심증으로 불참한 곽동의 한통련 의장은 "6.15남북공동선언 발표는 선생님의 그동안 주장을 실천한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 통일운동을 하는 데 기준으로 삼고 이행에 나가겠다"는 뜻을 곽수남 부의장을 통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비교적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줄곧 대화를 주도해 지난 6월11일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방문 때에 비해 건강한 모습을 과시했다. 김한정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근황에 대해 "고관절이 안좋아 오래 걷지 못하지만, 식사를 잘 하신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특히 민주당의 분당사태와 관련, 김 대통령의 심경에 대해 "불편하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