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금융시장 `위기관리'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통화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중이라고 FRB 고위 관계자들이 4일 밝혔다. FRB의 빈센트 라인하르트 통화정책국장은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전세계 21개국 중앙은행장과 금융시장 인사들이 참석해 이날 속개된 심포지엄에서 "중앙은행과 시장간 인식차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양측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FRB가 다른나라 중앙은행들과 통화 정책상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방안을 산하 경제학자들에게 연구토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라인하르트 국장은 FRB가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 후 짧막한 성명만 발표하는식으로 지금까지 시장에 서비스해온데 대한 비판이 있음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FRB가 지난 6월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지난43년 사이 가장 낮은 1%로 조정했으나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문제가 생겨 채권이 투매됨으로써 금리인하 효과를 까먹은 점을 상기시켰다. 채권 시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FRB의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전 10년물기준으로 3.25%이던 것이 지난달 14일 한해 사이 기록적인 4.66%까지 치솟은 후 4일오후(현지시간)에도 뉴욕시장에서 4.52%로 강세를 유지했다. FRB의 벤 버난케 이사는 4일 블룸버그 회견에서 "FRB가 (인플레 혹은 디플레와관련한) 위험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시장에) 잘 설명하고 상황에 따라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RB가 그간 통화정책 공개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해온데 반해 영국 중앙은행인뱅크 오브 잉글랜드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각자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해 이를 근거로 금리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등 상대적으로 투명한 입장을 취해왔다는 것이 시장의평가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이처럼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하는데 거부감을 보여왔다. 반면 FRB 산하 일부 연방준비은행장들은 통화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푸어 행장은 지난달 21일 "FRB가 (통화정책을) 좀 더 상세하고 완벽하게 설명해달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한 21개국 중앙은행장들은 지금의 저인플레 추세가 중앙은행의 운신에 여유를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스펀 의장이 앞서 `디플레 우려'를 언급해 채권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과관련해 브라질 중앙은행총재를 지낸후 현재 2개의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아르미니오 프라가는 심포지엄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하면 굳이 그린스펀과 같은 노련한 금융 거물에 통화 정책을 떠맡길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FRB측은 통화정책 운용에서 일관성이 유지돼왔다는 점을 시장이 인식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3가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인하르트 국장은 이것이 ▲투자자들이 FRB의 향후 시장전망에 동의하지 않는경우와 ▲경제 향방을 전망함에 있어 혼선이 초래되는 케이스, 그리고 ▲FRB가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방식을 바꾸는 것을 시장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버난케 이사를 포함한 FRB의 일부 지도부는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통화정책 투명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이FRB 의장으로 있는 한 이들의 바램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플레 목표치 설정에 대한 그린스펀의 거부감에 동조하는 견해도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는 있으나 통화 정책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운용할만한 시점에 이미 도달했거나 조만간 그렇게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통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확고한 룰이 없는 것이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그린스펀의 (인플레 목표치 반대)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포지엄 참석자들의 중론은 저인플레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쪽이다. FRB 이사를 지낸후 지금은 세인트루이스에서 경제자문회사를 공동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로런스 마이어는 "저인플레와 저금리가 현재의 추세임을 감안할 때 중앙은행들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기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가까운 장래에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이런상황에서는 그만큼 여유가 생겨 좀 더 공격적으로 통화 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인플레-저금리 시대에는 "무엇보다 중앙은행과 시장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잭슨홀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