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약체인 LG텔레콤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최근 통신시장 최대 관심사인 하나로통신의 투자유치안을 둘러싸고 벌인 대결에서 3대 주주인 SK텔레콤(지분율 5.5%)은 1대주주(지분율 15.9%)인 LG를 눌렀다. 지난달 29일 열린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SK텔레콤이 추진해온 뉴브리지-AIG컨소시엄 5억달러 외자유치안이 이사진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LG그룹이 제시한 5천억원 유상증자안을 물리치고 통과한 것이다. 이번 대결에서 SK텔레콤이 LG를 누른 것은 데이콤과의 전략적 제휴 또는 합병을노리고 있는 LG의 구상에 대해 하나로통신 이사진이 데이콤의 부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외자유치가 성사될 경우 5억달러의 신규자금을 유치함으로써 자금문제 해결과 미래투자금 확보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이사회의 표심을얻으면서 LG를 제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10월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LG의 거센 반대를 극복하고 외지유치안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번 이사회 결정을 토대로 자사에 우호적인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하나로통신 인수를 노릴 수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즉 이동통신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유선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KT와 더불어 통신 2강 구도로 시장을 몰고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이에 비해 LG는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LG텔레콤과데이콤을 연계시켜 유무선분야를 통합한 통신 3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유선시장에서 LG에 상처를 입힌데 만족하지 않고 SK텔레콤은 무선시장에서도 LG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일 부터 CID(발신번호)서비스 이용요금을 월 2천원에서1천원으로 50% 내리는 이용약관 변경인가를 신청해 정통부로 부터 인가를 받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2위 사업자인 KTF가 CID요금을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내리기로 결정했고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도 울며겨자먹기로 요금 인하방침을 정했다. 시장점유율이 50%가 넘고 상반기에 순이익만 1조원에 육박하는 SK텔레콤도 요금인하로 인해 매출이 줄겠지만 시장점유율이 10%대에 그치고 있는 LG텔레콤으로서는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서비스 시행 이후 공론화됐던 요금문제를 지난달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어쩔 수 없이 요금을 내렸다"고 설명했지만 LG텔레콤은 `시민단체의 요구에 편승해 약체사업자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선발사업자의 요금인하에분개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번호이동성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텔레콤에 대해 SK텔레콤은 강력한 견제수를 두고 있다. 내달 1일 부터 6개월간 SK텔레콤 가입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가지고 LG텔레콤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들어 고객들에게 최신 단말기로 기기를 변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LG텔레콤으로 적을 옮기려면 단말기도 교체해야 하는데 번호이동성 시행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최신 사양의 단말기로 기기를 변경한 자사 고객이 번호이동을 위해 또다시 단말기를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기자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