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논란속에 요르단강 서안(西岸)에 보안장벽을 건설함으로써 중동평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장기 휴가 중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보안장벽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뒤 "나는 보안장벽 건설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크로퍼드 목장을 방문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배석한 회견에서 미국이 주도해 온 중동평화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평화 실현의 열쇠는 양측이 필요한 의무와 책임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해 팔레스타인측 영내를 침범하는 보안장벽 건설로 팔레스타인측과의 긴장이 유발됐다고 지적한 뒤 장벽 루트 재조정을 촉구해왔다. 정부의 한 관리는 지난 4일 백악관과 국무부가 장벽 건설에 항의, 이스라엘에 대한 채무보증을 철회하는 등 금융제재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스라엘의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100억달러를 지원하는 긴급지출법안을 발의했으나 이 중 채무보증의 형태가 될 90억달러의 원조안은 의회의 승인을 남겨둔 상태다. 이스라엘 보안관리들은 이에 대해 미국과 팔레스타인의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 보안장벽 관련계획에 대한 광범위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6일 팔레스타인 죄수 334명을 석방했으나 팔레스타인측은 이를'사기' 등으로 폄하하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이날 버스와 택시 등에 수감자들을 나눠 태운 후 요르단강 서안의 타르쿠미야 검문소, 가자지구 등 5곳의 인계 지점에서 석방시켰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주민 다수나 자치정부측은 석방자 대부분이 형기가 거의 만료한 죄수들로 이번 조치는 '속임수'라고 지적했다. 수감자 7천여명 전원의 석방을 요구해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5일 죄수 석방을 '사기'로 못박았다. 마흐무드 압바스 총리도 이스라엘이 제시한 석방자 명단에 장기수가 거의 제외된 것에 항의, 6일로 예정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로드맵'(단계적 이행방안) 이행을 위한 선의 표시로 무장단체 조직원이 포함된 죄수 334명을 풀어주고 100명의 차후 석방을 약속했지만 팔레스타인측의 부정적인 평가로 로드맵의 진척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크로퍼드 AP.AF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