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의 실질적 최대 채권자로 부상한 대한전선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1천4백73억원을 투자해 무주리조트를 전격 인수한 데 이어 올 6월과 7월 2천3백90억원을 들여 진로의 담보부 채권을 사들였다. 용산 전자상가 내에 있는 선인상가를 인수한 부동산투자회사 지포럼에이엠씨에도 1천3백억원을 대여하는 등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과시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현재 대한전선의 현금 동원 여력은 예금과 적금 등 단기금융상품으로 2천여억원,데이콤 한미은행 SK텔레콤 등 투자유가증권으로 1천6백여억원을 포함,5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풍부한 캐시플로에 대해 "지난 97년부터 적자사업을 매각 또는 분사하고 3천명이던 인원도 1천2백명 수준으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 수익성이 개선되고 현금흐름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회사는 이달 들어서도 서울 시흥공장을 1천3백억원가량에 처분하는 등 지속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진로의 채권 인수와 관련,대한전선 측은 "채권 매입액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진행한 단순 투자"라며 인수설을 부인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채권이어서 떼일 염려도 없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선인상가의 실질적 인수자가 아니냐는 항간의 시각에 대해서도 "자금을 위탁 운용하는 한미은행이 지포럼에이엠씨의 선인상가 인수를 지원한 것"이라며 "자금 운용측면에서 한미은행의 결정에 동의했을 뿐 선인상가 인수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주리조트 인수의 경우 전선사업이 사양산업인 점을 감안,신규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1950년대 재계 서열 4위였던 대한그룹(대한전선 대한제당 대한방직 대한종합건설 오리온전기 등)의 후신으로 초고압케이블 광케이블 등 전선사업과 스테인리스가 주사업이다. 창업자인 고 설경동 회장의 3남인 설원량 회장이 4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대주주(지분율 23.20%)인 삼양금속은 설원량 회장의 장남인 설윤석씨가 4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창업자의 장남과 차남은 대한방직,4남은 대한제당그룹을 가지고 독립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