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신용카드 정보를 빼돌린 뒤 이를 이용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을 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드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겨냥해 카드 연체금 대납.대출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빼내는 주된 통로로 활용돼 카드 사용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또 중소 인터넷 쇼핑몰 업체가 이런 범죄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이들 업체에도비상이 걸렸다. ◆사례 =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최근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빼돌려 판매한 신용카드사 직원과 정보 중개상 등 일당을 구속했다. 신용카드사에서 유출된 정보는 몇 차계 중개상을 거쳐 배모씨에게 전해졌고 배씨는 이를 이용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속칭 `카드깡' 형식으로 물품을 구입, 1억여원가량을 가로챘다. 서울 수서경찰서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카드 연체금 대출광고를 낸 뒤 이를보고 자신의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카드 종류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수억원에 팔아넘긴 강모씨를 구속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유출된 신용카드 정보를 사들인 뒤 이를 이용해 모 인터넷쇼핑몰에서 물품을 구매한 김모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여관 등으로 물품을 주문할 경우 쇼핑몰에서 수상히 여길 것에 대비, 가짜 사무실을 개설하는 한편 택배직원을 고용해 물품을 대신 수령하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수법 =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신용카드 관련 범죄수법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연체금 대납.대출광고를 이용해 신용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대납.대출 광고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들은개인 e-메일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내지고 있다. 신용불량자 300만명 시대를 맞아이들을 겨냥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런 광고를 낸 사람들은 `카드깡' 방식으로 연체금을 대신 내주는 데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한 뒤 이를 빼돌리는 수법이 신용카드 정보유출의 주된 통로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또 최근에는 카드사 직원이 직접 정보유출에 나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유출된 카드정보는 주로 인터넷 등을 통해 매매된다. 실제 최근 주요 인터넷 포털 등에는 이런 정보를 매매하는 카페가 수시로 생겨났다 사라지고 있다고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매도자와 매수자를 중개하는 공간일 뿐 실제 거래는 오프라인상에서 이뤄진다. 서로 상대방의 신원을 모르는 상태에서 자칫 `사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문가들일수록 직접 만나 거래를 하며 소액이나 소량의 물건만이 온라인상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몇 단계 유통을 거친 카드정보는 대개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에서물건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카드 `실물'이 아닌 카드 `정보'만으로는 어차피 온라인 거래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실제 물품 외에 사이버머니를 구입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사이버머니 환전소 등이 등장하면서 사이버머니 역시 환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현금 거래되는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등을 사기도 하는데 이경우 `사이버 돈 세탁'까지 가능하다. 이밖에 주유소 등에서 카드 단말기를 통해 카드 정보를 읽은 뒤 이를 복제해 똑같은 `쌍둥이 카드'를 만드는 기법도 적지않다. 암호화된 카드의 코드를 읽은 뒤 이를 다시 기록할 수 있는 전문장비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쌍둥이 카드'는 실제 카드와 똑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국내에서 유출된 카드 정보는 중국.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공장'으로 넘어가 `쌍둥이 카드'로 재생산돼 다시 국내로 유입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문제점 = 유출된 신용카드 정보의 피해는 대개 인터넷 쇼핑몰에 돌아간다. 카 드 소지인에게 카드정보 유출의 책임이 명백하게 있을 때를 빼면 대개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 업계는 사업 속성상 신용카드사와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카드사의 입김이 센 탓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쇼핑몰 쪽에 더 많은 책임이돌아온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들은 갈수록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첨단 인증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한편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기성 주문'을 잡아낼 수 있는 전담반도 운영하고 있다. 쇼핑몰 업계에서는 이런 주문을 `불량 매출'이라고 부른다. 한 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불량 매출의 경우 대부분 고가에, 환금성이 높은 컴퓨터나 주류 등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규모가 크면서 이 같은 품목을 살 경우에는 일단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품 수령지가 여관으로 돼 있는 경우도 불량 매출일 가능성이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범인들의 주요 타깃이 되는 것은 역시 중소 인터넷 쇼핑몰이다. 이들의경우 피해가 발생해도 비용 때문에 카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엄두도 못 낸 채 그냥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한 중소 쇼핑몰 사장은 "2000년 말부터 쇼핑몰을 운영해 왔는데 지난 3월부터연달아 4건이나 사기를 당했다"면서 "그러나 카드사에서 고객의 본인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돈을 주지 않아 결국 우리가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민사소송 밖에 방법이 없는데 현실적으로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소송비용도 부담스러워서 포기했다"며 "주변에서도 5∼6개 중소 쇼핑몰 업체가 올해 들어 꽤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