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의 세계 증시 상승세는 이같은 자금흐름의 반영이다. 자금이 채권에서 이탈, 주식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지난 2000년 초 미 증시 버블 붕괴 이후 3년여만이다. 이처럼 자금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은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하반기 경기회복과 함께 세계 증시에 큰 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 투자수익률이 고정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채권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채권 거품론'도 이같은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3년간 지속돼온 채권랠리가 끝나고 있다"며 국제자금의 채권시장 이탈-주식시장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 국제자금,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국의 자금동향 조사업체인 AMG데이터는 최근 5주 연속 주식형 미 뮤추얼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돼 모두 1백16억달러가 증시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AMG는 "순유입액중 상당액이 채권시장으로부터 흘러들어온 것 같다"고 언급, 자금의 증시 유입ㆍ채권시장 이탈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채권값이 급락(채권수익률 상승)하고 주가는 급등하는 최근의 시장현상은 이같은 자금흐름의 변화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이 현상은 일본에서 가장 뚜렷하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장 중 한때 9천8백엔대로 급등, 1년 만에 대망의 1만엔선을 넘보기도 했다. 닛케이주가는 지난 1주일새 5% 이상 올랐다. 반면 일본국채(10년물) 수익률은 지난 6월11일 0.43%로 최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로 반전, 이날 1.05%로 높아졌다. 불과 3주 사이에 수익률이 2배 이상으로 솟구친 것(국채 가격 폭락)이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도 동일하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최근 1개월간 7% 이상 오른데 반해 미 국채(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16일 45년 만의 최저치(3.0%)로 떨어진 후 급반등, 현재 3.5%에 육박해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2일 정부가 60억유로어치의 국채를 경매에 부친 결과 경쟁률이 12년 만의 최저인 1.4 대 1에 불과했다. 올해 초에는 경쟁률이 3 대 1을 넘어섰었다. 국채를 사려는 세력이 그만큼 약해진 것이다. ◆ 채권 버블 붕괴 위기 고조 자금의 채권시장 이탈로 채권 버블이 꺼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단 3년 이상 이어져온 세계 채권랠리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는데 공감한다. 리먼 브러더스증권의 글로벌투자전략가 잭 멀베이는 "투자자들이 채권투자를 망설이기 시작했다"며 하반기중 채권 버블 붕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국제 채권 가격이 피크를 지난 것 같다"며 버블 붕괴론에 가세했다. 채권 버블 붕괴는 세계경제에 마이너스다. 장기금리 지표인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 시장금리가 상승,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