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18일 그룹체제 유지의 핵심조직인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재벌그룹 체제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LG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데 이어 SK가 계열사별 '느슨한 연합체'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키로 함에 따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변화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신뢰 회복 위한 조치 SK는 구조본을 해체하고 각 계열사들이 SK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의 느슨한 네트워크(연합체)를 설정키로 했다.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일본의 미쓰비시처럼 그룹체제를 이루되 계열사별로 부당내부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최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바람직한 기업모델로 제시한 △지주회사 체제 △브랜드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정도의 느슨한 연계 체제 △독립기업 분리나 전문업종별 소그룹 분화 등 세가지 방안 가운데 두번째를 택한 것이다. SK는 당초 SK㈜를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회사 체제를 염두에 뒀으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비상장사 50%, 상장사 30% 등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같은 체제를 택했다. 총수인 최태원 SK㈜ 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하려다 배임 및 분식회계 혐의로 사법처리당해야 했던 SK로서는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사회 중심 투명경영 SK는 앞으로 그룹의 양대축인 SK㈜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이 독립경영을 해나가게 된다. 계열사간 조정업무 등 구조본 기능은 두 회사가 나눠서 맡게 되며 브랜드와 기업문화는 사장단 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SK 관계자는 "과거 기획조정실이나 구조본 등을 통해 오너가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던 '황제식 경영'을 탈피하겠다는 의미"라며 "최 회장은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보장하고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길승 그룹 회장은 대외적으로 그룹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면 독자생존이 어려운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된다. SK그룹은 계열사 축소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타 그룹에도 영향 미칠듯 SK가 이날 사실상 그룹 해체에 가까운 계열사별 독립경영 방침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SK글로벌 회생을 위해 SK㈜ SK텔레콤 등의 영업상 지원이 계속돼야 하는데다 글로벌 지원 효과가 목표에 못미칠 경우 1천5백억원 추가출자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채권단이 각 계열사에 지원을 강요할 것으로 보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한화 등 여타 그룹들도 LG에 이어 SK가 구조본을 해체함에 따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순수 지주회사체제로 탈바꿈한 LG에 이어 재계 3위인 SK까지 구조본 해체를 결정함에 따라 아직도 구조본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룹들이 고민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