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수있을까.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6월 콜금리를 동결했고 정부도 4조원 규모의 추경이라면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4%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 총재는 12일 "하반기에는 지난달 콜금리 인하와 추경 예산 집행의 효과가가시화되고 미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 등으로 해외 여건도 개선돼 경기가 점차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가 정말 살아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2.4분기에는 2%대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투자와 소비 등 내수가 잔뜩 위축된 데다 수출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지표상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의 바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드채 문제, 노사 갈등 등도 녹록치 않은 장애물이다. ◆ 경기 회복 신호 없어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의 현주소가그대로 드러난다.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5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산업생산과 출하는 7개월만에 최악으로 떨어졌으며 재고 증가율은 23개월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보다 겨우 1.8% 증가했으나 전달보다는 3.2% 포인트 하락했다. 생산자 제품 출하도 1.2% 증가에 그쳐 전달보다 2.1% 포인트 떨어졌다. 도소매판매는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와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전달보다 1.3% 포인트 떨어진 마이너스 4.3%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벌였다. 특히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평가됐던 설비 투자는 4.2%가 줄어 전달보다 무려 4.3% 포인트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서비스업도 바닥을 기고 있다. 4월 중 서비스 생산은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가 줄어 전달의 -0.2%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서비스 생산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00년 지표 발표 이래 처음이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생산과 서비스업은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성장의 두축이다. 따라서 이들 지표의 개선 없는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 L자형 침체 장기화 전망 2.4분기가 경기 바닥권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회복될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박승 총재는 "우리 경제는 2.4분기가 바닥이라고 판단되고 하반기에는 완만하나마 회복 기조가 전개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반기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4월에 매우 나빴지만 5월엔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2.4분기에는 2%대 성장도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4분기 경제가 2.4분기에 비해 약간 나아지겠지만 이는 2.4분기가 워낙좋지 않았던 데 따른 반사 효과로 경제 회복의 신호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바닥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침체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김기승 연구위원은 "향후 경기가 2.4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크게 나아지지도 않는 답답한 국면이 지속되다가 지난달 금리 인하와 4조원 규모 추경 편성의 약발이 나타날 4.4분기께부터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는 '빛'이 보이지 않지만 미국 경제와 정보기술(IT)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개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 증시는 IT 경기를 비롯한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이라크전 종료이후 꾸준히 상승해 다우지수는 9,000선, 나스닥지수는 1,600선을 각각 넘어섰다. 박 총재는 "카드채, 가계 대출 문제, SK글로벌 사태 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갔고미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사스도 소멸되고 있고 중국의 올해 성장률도 8%로 예상돼 우리 나라의 성장 견인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추가 경기부양 없다 경기 추락이 지속되자 지난달 콜금리 인하와 4조2천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 법인세 인하 등으로는 흘러내리는 경제를 떠받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의 조치로도 4%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만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삼성전자 기흥공장 등의 증설을 허용함으로써 고용 창출과 투자 증대를 겨냥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근로소득세 감면 조치의 조기 확대나 특별소비세 인하를 통한 내수 진작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11일 경기 부양 방식과 관련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더 직접적 효과가 있다"며 세금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추경 역시 국채 발행 없이 가용 규모를 총동원한 것으로 아직까지 적자재정으로 갈 상황은 아니다"고 못박아 2차 추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명백히 했다. 한은도 현재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데다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지금보다 경제가 더 추락하지 않는 한 연내 콜금리를 추가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예상이 지배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부동산 문제나 금리 생활자의 고통, 자금의 단기 부동화 등 부작용 때문에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김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