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구주류는 4일 당무회의에서 신당창당추진위 구성안 상정과 상정 반대로 팽팽하게 맞섰다. 회의장엔 시작 30여분전부터 당무위원 뿐 아니라 중앙당 부위원장단, 실.국장들이 대거 몰려 북새통을 이루며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분당반대'를 내세운 일부 실.국장들이 회의장에 내건 대형 현수막 2개의 철거문제를 놓고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험악한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회의장에 들어서다 전면과 측면에 각각 `분당으로 가는 의사결정은 절대 안된다' `국민에 대한 무관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적힌 현수막 2개가 걸린 것을 보고 "분위기가 살벌해진다"면서 당직자들에게 철거를 지시했다. 이어 입장한 정대철(鄭大哲) 대표도 "모양이 흉하다"며 철거를 지시, 당직자들이 이를 떼어내려 하자 실.국장 몇몇이 "그냥 놔둬라"고 고함을 치며 달려들어 양측이 뒤엉켜 실랑이를 벌였다. 정 대표가 "정당은 위계질서가 있다. 대표가 하라면 해야지"라고 거듭 지시했고,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도 "부위원장단과 실국장단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것이니 빨리 떼라"고 동조, 결국 현수막은 철거됐으나 김성순(金聖順) 의원 등 일부 당무위원은 "그냥 놔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사회봉을 잡은 뒤 "오늘은 장이 선 것같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크고 당원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토론해 공통분모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결코 분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며 분당은 재앙이다. 그런 것은 정대철 사전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은 신익희 선생, 조병옥 박사,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나의 선친이 함께 만들고 지켜온 당"이라면서 "정대철이 대표로 남아있는 한 분당은 없다"고 말했다. 당무회의는 이어 보도진과 중앙당 당직자 및 부위원장단 등을 물리친 채 비공개 진행됐다. 이날 당무회의에서는 신당추진기구 구성안 상정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고, 결국 정식 안건으로 논의되지 못한채 의사진행 발언 형식으로만 격론이 벌어졌다. 또 점심시간을 넘겨 정회했던 당무회의는 오후 2시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소모적인 설전에 지친 위원들이 대거 불참, 의사정족수(28명) 미달로 자동 유회됐다. 오후 회의에 출석한 현역의원은 신주류측에서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김원기(金元基) 고문, 이상수(李相洙) 총장, 구주류에서는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김옥두(金玉斗) 유용태(劉容泰) 김충조(金忠兆) 최영희(崔榮熙) 의원 등 10여명에 불과했으며, 이들은 40여분간 당무위원들을 기다리다가 해산했다. 민주당은 오는 9일 다시 당무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국회 대정부질문 등 6월 국회 일정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신당 문제가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회의에서 구주류측은 당 해체는 전체 당원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했고, 신주류측은 당무회의 산하에 신당추진기구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의장인 김태식(金台植) 국회부의장은 "나는 국가공무원으로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이하 서열 6위이고 당 서열은 2위"라며 "당 개혁을 하겠다고 떠들다가 지금까지 뭣 때문에 곡(哭)했는지 모르겠다는 식인데, 신당논의는 한나라당에서 해야지 왜 정권을 두번이나 창출한 우리당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민생도 못 챙기고 집권여당 구실도 못하는 주제에 신당을 만든다고 당을 해체하려고 하면 내가 직접 임시 전당대회를 소집하겠다"며 "인터넷으로 대의원에게 전당대회 소집요구서를 발송하면 30분이면 소집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장재식(張在植) 의원은 "열 시간을 토론해도 평행선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당의 진로를 비밀투표로 정하자"고 제안했고, 박상천 위원은 "당의 해산 및 합당은 전당대회 고유권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원기 고문은 "신당추진위 구성이 당 해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당 해체는 당무회의에서 할 수 없으며 오해가 있다"면서 "외부의 어떤 강한 힘이 결정하고 영향력이 행사되는 것이 아니다"며 노 대통령과 신당논의의 관련성을 차단했다. 신주류인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안건 상정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회의 분위기는 안된다"며 신당추진기구안을 정식으로 상정해 토론할 것을 요구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신주류도 신당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완전히 항복하라는 것은 무리"라며 "양측의 구성비를 맞춰 기구를 만들자"며 중재를 시도하고 "나는 민주당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휘말릴 생각은 없다"며 신주류 강경파와 거리를 뒀다. 중도파인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분당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두가지 가치를 갖고 합의점을 찾아 단일안을 만들면 박수속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각각의 주장을 대표하는 분들이 조용히 머리를 맞대고 2, 3일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신.구주류간 격론이 이어지면서 "야 임마" 등의 고성과 욕설, 손으로 탁자를 치는 소리 등이 회의장밖에까지 들렸고,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이상수 총장에게 "신당을 주장하려면 사무총장을 그만두라"고 호통쳤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송영길(宋永吉) 김성호(金成鎬) 의원 등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당무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신.구주류는 본격적인 회의 시작에 앞서 당무회의 참석 자격과 배석자 문제를 놓고도 한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정 대표와 이 총장이 회의장에 있던 중앙당 실.국장, 부위원장 30여명에게 "회의와 직접 관계없는 실.국장들은 나가달라"고 요청하자, 김옥두 유용태 의원이 제지해 가벼운 말다툼이 벌어졌고, 당무위원이 아닌 김희선(金希宣) 여성위원장이 "회의가 이렇게 돼선 안된다.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옥두 의원은 "당무위원이 아닌 사람은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면박을 줬다. 송영길 의원은 "당에 위계가 없다"면서 부위원장들에게 퇴장을 요구하다가 주먹다짐 직전의 험악한 상황을 연출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전승현 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