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이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도 도입 시기를 1∼2년 늦추기로 합의함에 따라 기업들은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분식회계 처리 등 집단소송제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숙제'를 위한 시간을 그만큼 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 조기시행을 주장하는 일부 여론도 만만치 않아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 집단소송제 1∼2년 유예 여야가 이날 집단소송제 시행 유예에 합의했지만 각자 속내는 다르다. 한나라당은 주가조작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 3개 분야 관련 집단소송제중 분식회계에 대해 적용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지않은 기업들이 분식회계를 누적해온 현실을 감안해 일시에 사면해 주거나, 유예기간을 두고 소송 남발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측은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에는 집단소송제를 적용할 기업 범위를 놓고 민주당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제한하자는 입장이었던데 반해 한나라당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같이 '할 바에는 모든 상장ㆍ등록기업을 대상으로 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효석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은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이 2조원 미만의 기업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집단소송 적용 대상을 '2조원 이상'에서 '모든 상장ㆍ등록회사'로 확대하기 위해 시행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부는 연내 시행 입장 그러나 정부는 집단소송제를 예정대로 올 하반기부터 시행해야 하며, 우선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자는 쪽이어서 막판 조율여부가 주목된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집단소송제가 투명성 제고라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고 SK글로벌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어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집단소송제 도입시 우려되는 남소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추경규모는 여전히 논란 정부는 세계 잉여금 1조4천억원과 한은 잉여금 9천억원, 세수초과분 및 특별회계 여유금 등을 재원(財源)으로 한 총 4조2천억원의 추경예산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추경에서 1조원 가량 줄이고 그 만큼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의견을 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은 "근로소득세와 특별소비세, 중소기업 법인세 등 1조원 가량의 세 감면 조치를 올해 실시해야 한다"며 "세금 감면분을 포함하면 추경예산을 3조원 가량으로 잡아도 4조원 편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효석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은 "세금감면이 경기부양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조세정책은 추경예산과 별도로 다뤄야 한다"고 반대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