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맹주에서 세계 중심으로.' '폭주기관차' 한국축구는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명실공히 축구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등 국제적 위상이 몰라보게 강화됐다. 지구촌은 상대 공격의 숨통을 죄는가 하면 공격루트의 시발점이 된 강한 압박과속도감있는 플레이를 구사한 한국축구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아시아축구는 한국축구를 통해 미래를 봤다며 뿌듯해했다. 한국의 업그레이드는 일단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5월까지 40위권에 머물렀던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무한질주를 벌이다 4강의 감격을 맛보며 월드컵 직후 2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한때 10위권(19)위에 이름을올렸다가 현재는 아시아 최고인 21위에 랭크돼 있다. 대들보인 황선홍(전남 코치)과 홍명보(LA 갤럭시)의 은퇴 및 태극마크 반납으로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없진 않지만 거스 히딩크에 이어 또 하나의 거물급 지도자인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영입, '톱 10' 입문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신분상승은 강호들과의 대표팀간 경기(A매치)를 어렵지 않게 유치하는계기로 작용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일월드컵 제패로 통산 5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세계 최강 브라질과 안방에서 평가전을 벌인 데 이어 코엘류 감독 체제 하에서 콜롬비아,일본과 A매치를 가졌고 우루과이(6.8), 아르헨티나(6.11)와도 일전을 치른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올 초 코리아컵 대신 포르투갈 등과 친선경기를 벌이려는 계획을 밝히면서 "강자로 거듭난 마당에 아무(약체)하고나 경기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은 또 20세이하청소년대표팀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초청 평가전을 가졌으며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도 유럽을 돌며 현지 유명클럽과 격돌하는 등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뭐니뭐니해도 피부로 느끼는 위상 변화는 태극전사들의 해외진출에 있었다. 대표팀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이 터키 무대에진출하며 물꼬를 트더니 송종국(페예노르트), 차두리(빌레펠트)가 뒤를 이어 빅리그의 전초지기인 독일과 네덜란드 땅을 밟았다. 이어 박지성과 이영표도 스승인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에인트호벤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다. 안정환도 전 소속팀인 페루자와의 갈등속에 훗날을 기약한 채 일본프로축구 시미즈 S-펄스로 둥지를 옮긴 뒤 태극전사의 위용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또한 국내무대가 좁은 이천수(울산)도 에인트호벤행을 기정사실화했으며 설기현(안더레흐트) 역시 빅리그 입성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역으로 대어급 용병들의 한국 K리그행도 러시를 이뤘다. 지난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한 브라질대표팀 출신으로 2000년 브라질리그 득점왕 출신인 마그노(전북)가 한국 무대를 누비고 있고 지난해 브라질 상파울루리그 득점왕에 빛나는 도도(울산)도 코리안드림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탈(脫) 아시아'를 선언하고 세계 중심에 발을 들여놓은 한국축구가 축구행정의 선진화, '코엘류호'의 쾌속질주로 더더욱 위상을 높여갈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