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대표가 2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후 강남의 호화 룸살롱에서 뒤풀이를 한 것과 관련, 청와대와 각당 인터넷홈페이지에 네티즌의 비난글이 쏟아지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3만원이 넘는 식사접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 윤리강령이 지난 19일부터 본격 시행된 직후에 정치지도자들이 하룻밤에 수백만원짜리 술판을 벌인데 대한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22일 "젊은이들은 실업문제로 난리고 300만 신용불량자에다 북핵문제까지 문제투성이인데 룸살롱 술판이냐"고 3당대표를 질책하는 글들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 홈페이지에도 "일반 서민들 가슴에 대못질을 한 것","3당 대표의 사퇴서명을 받자", "사이비 정치꾼들아 지금이 술파티 할 때냐", "낭만을 찾으려고 아가씨와 술을 마셨는가"라는 등의 네티즌 비판들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과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도 "폭탄주를 마시니까 그렇지요", "조용하게 드시지 그랬어요"라고 볼멘소리를 해 박희태(朴熺太) 대표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민주당 이정식 대변인도 촌평을 통해 "여야 3당 대표가 고급 룸살롱에서 고급 위스키에 `폭탄주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이러다가 국민들이 끝내 폭탄처럼 폭발할 지도 모른다"고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3당 대표가 모처럼 대화의 장을 마련했는데 한쪽면만부각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21일 저녁 8시께 청와대 만찬이 끝나자 서초구 서초동 J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겨 `2차'를 했다. 김 총재가 "낮에는 싸우더라도 밤에는 술도 한잔하고 흉금을 터놓는 옛날의 낭만어린 정치로 돌아가자"고 제안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날 술자리에는 3당 대표외에도 대표 및 총재 비서실장, 대변인 등이 참석했고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도 잠시 들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재는 `너와 나의 고향'이라는 노래를 부른데 이어 박 대표가`목포의 눈물'을 부르자 정 대표가 곧바로 마이크를 잡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는 등 양당 대표가 상대측 지지기반 지역의 노래를 주고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밤 11시 10분께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김 총재가 가져온 고급 양주인 밸런타인17년산 3병으로 폭탄주가 5-6순배 돌았고 접대부도 6-7명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무려 700만원 안팎으로 정 대표가 냈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22일 주요당직자회의 브리핑에서 "술자리에서는 정치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과거 정치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화제로 얘기를나눴다"면서 "앞으로 대화도 하고 생산적인 정치를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정치권도 이제 국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모든 국민과 정치인도 결국 한 뿌리"라면서 `만엽동근(萬葉同根)'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이 전했다. 이 룸살롱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측근이나 기업가 등과 술자리를가졌고 문민정부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도 자주 이용, `황태자 클럽'으로 불리기도 했을 정도로 강남에서 술값이 가장 비싼 업소로 통한다. 실제로 홍업씨는 2000년 6월 당시 주택공사 사장을 이곳에서 만나 사정기관 내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현철씨도 두양그룹 김덕영 회장으로부터 15억원을 받는 과정에 이 술집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검찰기록에도 나와있을 정도다. 3층짜리 고급 단독주택으로 외관상 룸살롱으로 보이지 않는 이 업소는 예약 없이는 이용할 수 없는 등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유인태 수석은 "그냥 허름한 카페에 가서 폭탄주나 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